채권은행 "STX 회사채 대신 갚아주는 것은 말안된다"

입력 2013-05-06 19:20
STX 그룹 자율협약, 회사채 투자자 지원 논란일부 채권은행 "산은, 방관자적 태도" 불만도



STX그룹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 추진과정에서 채권은행 사이에 적지 않은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큰 틀에서 자율협약 체결에 동의하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세부 방안을 정하는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도 예상된다.



대표적인 게 회사채 지원 문제다. 그룹이 와해할 경우 미칠 파문을 고려해 자율협약을 통한 지원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채 투자자까지 지원해야하는지를 놓고 이견이 제기된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투자 책임인 회사채를 은행들이 나서서 갚아주는 게 이치에맞지 않다는 의견이 이날 회의에서 강력하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STX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해당 회사의 이런저런 상황을고려했을 텐데, 이들이 떠안아야 할 신용위험을 은행이 해결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STX가 발행한 회사채 2천억원의 만기가 오는 14일 돌아오는 가운데 채권단이회사채를 변제할 경우 총 7천억~8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앞서 자율협약을 맺은 STX조선해양[067250] 역시 6천억원의 지원금 가운데 4천억원이 이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



한 채권은행 고위 임원은 "은행이 예금보험공사도 아니고, 왜 회사채를 대신 갚아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STX 측이 회사채 투자자를 설득해 은행들의 지원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STX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액 6천억원 가운데 4천억원을회사채 변제에 쓰는 게 말이 되느냐"며 "STX 측이 10% 정도만 갚아주겠다고 투자자를 설득하고 나머지는 이자만 받도록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은 측은 STX를 지원할 당시 차입 대신 회사채 발행을 선택한 것인 만큼 이에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금리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라며 "자금 조달을 할 때 일반 운영자금으로 차입할지, 회사채를 발행해 직접 조달할지를 두고 판단해 나온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산은 측은 또 회사채 지원 여부를 당장 정하라는 게 아니라 이번주 안에 이에대한 동의 여부를 답변해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산은의 태도를 두고도 일부 채권은행은 "'자율협약이 되면 다행이고, 안 돼도 그만'이라는 방관자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고 지적해 자율협약 체결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STX의 모회사로서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인 포스텍의 채권단 자율협약 역시우리은행은 "자율협약을 추진하되 계열사 매출이 많은 회사의 특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지만, 산은 측은 "나중에 잘못돼도 우리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불협화음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채권단에 지원을 '읍소'했다.



이찬우 STX중공업[071970] 사장과 최임엽 STX엔진[077970] 사장은 각각 10여분간 채권단에 회사가 처한 사정과 향후 정상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 사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채권단도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건실하다는사실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최 사장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