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외압, 금리 변수 안돼"…한은-정부 충돌>(종합2보)

입력 2013-04-11 18:08
<<부제 바꾸고 기재부 반응 추가함.>>김중수 "쉬운 정책보다 올바른 정책 택하는 게 중요"기재부, 예상못한 듯 실망감 역력…일각 "힘빠진다"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이하 한은)과 재정정책을 책임진 정부가 11일 정면 충돌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6개월째 연 2.75%로 동결하면서 정부와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17조원 규모로 추경예산안까지 편성하고 나선 정부는 그동안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인하해줄 것을 기대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기까지 했다.



추경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인하해 통화량을 확대하면 경기를부양하는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정책조합(Policy Mix)'을 강조하면서 통화당국과 재정당국 간 정책공조를 역설했던 터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정부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금통위를 마치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부의 금리인하 압박이 금리결정에 중요변수가 안됐다"고 잘라말했다. 또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중기(mid-term)적 시각에서 경제가 어떻게 변할 것이며, 국가ㆍ국민경제 발전에 어떤도움이 되느냐를 고민한다며 이것은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가치"라고 부연했다.



애초부터 정부의 금리인하 요구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김 총재는 "일반적으로 정책을 취할 때 쉬운 정책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그러나 올바른 정책을 택하는 게 중요하며 쉬운 정책을 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도 말했다. 뒤집어 해석하면 정부가 한은에 대해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압박했지만 한은이 거부한 셈이 됐다.



김 총재는 그러면서도 한은이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계속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간에 "정책 선택시기가 다를 수 있지만 같은 방향이라는 점에서정책조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똑같이 '정책공조'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에 있어선 상당한인식차가 있음을 드러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자, 기획재정부에선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기재부는 기관간에 대립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우려한 듯 공식 반응은 자제했지만 기재부 내부에선 '부글부글' 들끓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진짜 힘빠진다"며 허탈감을 드러내는 직원도있었다.



정부는 이제 한은의 지원사격 없이 경기부양을 위한 '고독한 싸움'을 해야 한다.



기준금리가 인하됐더라면 정부로선 추경예산안에 대해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하는 야당을 설득하기도 한결 쉬웠을 것이다. 또 국채발행 물량도 줄일 수 있었을것이다. 더군다나 금리동결로 국채 금리까지 올라 정부로선 이자부담도 늘게 됐다.



대조적으로 한은에선 김 총재가 독립성을 지켰다며 칭송하는 내용의 글이 내부통신망에 올라오기도 했다.



정부와 한은간에 '찰떡공조'는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감정의 골만 깊어진 상황이됐다.



더군다나 앞으로 추경예산이 집행되더라도 기대만큼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한은과 정부간에는 책임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로서는 한은의비협조를 이유로 들며 책임의 화살을 한은으로 돌릴 개연성도 있다.



김 총재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미리 선을 그었다. 그는 "한은의 판단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득과실을 비교해서 봐야 한다"고 못박았다. 통화정책의 범위를 넘어선 부분까지 책임을한은에 떠넘긴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정부와 한은의 갈등이 확대되면 김 총재의 거취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김 총재는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됐고,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MB(이명박)계 사람'으로 통한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지만 정부 여당 내부에서 "통화정책 수장을 대통령과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한은 총재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돼 있고, 다른 공공기관장과 달리 대통령에게 임명권만 부여돼 있을 뿐 해임권은 규정돼 있지 않다. 정부내에서 김 총재교체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갈등이 표면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물론 한은과 정부간 정책공조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추경예산안이 4월 국회에서 확정하더라도 제대로 집행되는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한은은 5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다시 검토해 볼 수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추경과 금리인하 카드가 동시에 나왔을 때에 비해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은이 이날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 늘리기로 한 것도 경기부양에 '올인'하는 정부를 측면지원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금통위는 이날 우수기술을 보유한 업력 7년 이내의 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기술형 창업지원한도(3조원)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로써 현재 총 한도가 9조원으로 돼있는 총액한도대출은 12조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다만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 늘리더라도 그 효과는 기준금리 인하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섭섭함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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