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액한도대출 3조원 늘려 정부 경기부양 측면 지원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이하 한은)과 재정정책을 책임진 기획재정부가 11일 정면 충돌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6개월째 연 2.75%로 동결하면서 정부와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17조원 규모로 추경예산안까지 편성하고 나선 정부는 그동안한은이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해줄 것을 기대해왔다.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기까지 했다.
추경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인하해 통화량을 늘리면 경기를 부양하는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정부는 봤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김중수 한은 총재도 '정책조합(Policy Mix)'을 강조하면서 통화당국과 재정당국간 정책공조를 역설했던 터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정부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다.
이로써 정부는 당장 한은의 지원사격 없이 경기부양을 위한 '고독한 싸움'을 해야 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동반될 경우 추경 규모를 줄임으로써 국채발행을 감축해재정적자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이젠 물건너갔다.
정부는 당초 목표대로 경기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재정적자 심화라는 '짐'을 감수하고서라도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하고 있는 야당을 잘 설득해 충분한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관철시켜야 한다.
추경예산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더라도 정부의 기대만큼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곧바로 책임공방이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로서는 한은의 비협조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간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책임의 화살을 한은으로 돌릴개연성도 있다.
김중수 총재의 거취도 당장 문제가 될 수 있다. 김 총재는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됐고,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MB(이명박)계 사람'으로 통한다. 임기는 내년3월까지이지만 정부 여당 내부에서 "통화정책 수장을 대통령과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한은 총재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돼 있고, 다른 공공기관장과 달리 대통령에게 임명권만 있을 뿐 해임권은 규정돼 있지 않다. 정부내에서 김 총재 교체움직임이 구체화되면 갈등이 표면화 수도 있다.
이런 대립적 갈등구조에도 불구하고 한은과 정부간에 정책공조의 불씨는 아직남아 있다.
추경예산안이 4월 국회에서 확정하더라도 제대로 집행되는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한은은 5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다시 검토해 볼 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추경과 금리인하 카드가 동시에 나왔을 때에 비해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없다.
한은이 이날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 늘리기로 한 것은 일단 경기부양에 올인하는정부와 공조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금통위는 이날 우수기술을 보유한 업력 7년 이내의 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기술형 창업지원한도(3조원)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로써 현재 총 한도가 9조원으로 돼있는 총액한도대출은 12조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다만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 늘리더라도 그 효과는 기준금리 인하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섭섭함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와 한은간 찰떡공조보다는 당분간 냉기가 흐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bingso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