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출수수료 반환 예치금제 도입 추진

입력 2013-04-11 06:01
금감원, '先 환급 後 정산' 방식 대부업체 내규 마련키로



대출중개업체가 대출자에게서 뜯어낸 불법 수수료를 돌려주기 위한 예치금 제도가 추진된다.



정부가 '민생침해 사범'으로 지목한 사(私)금융과의 전면전을 벌이는 차원에서불법 수수료에 관련된 업체들이 일종의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은 대부금융협회와 협의해 불법 대출수수료 환급에 쓰이는 예치금 제도를 도입하는 쪽으로 대부업체 내규 개정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중개업체가 대출자를 모집할 때 해당 대부업체에 수수료의 절반가량을 맡겨놓고, 불법 수수료를 받은 게 드러나면 예치금을 활용해 수수료를 대출자에게 돌려주는방식이다.



중개업체는 대출 모집 계약을 맺은 대부업체에 항상 일정한 규모의 예치금을 유지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출중개 시장이 다단계 위탁 방식이어서 피해를 보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간혹 불법 수수료만 챙기고 잠적하는 '먹튀' 업체도 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말 국내 대출중개업체는 법인이 114개, 개인이 679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47만건에 1조6천억원의 대출을 중개하고 월평균 6.2%인 996억원의 대출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연간 1천억원에 달하는 대출중개 시장은 다단계 구조다. 대부업체와 대출 모집계약을 맺은 대형 중개업체(속칭 '총판')가 중소 중개업체(속칭 '에이전트')에 하도급하면, 중소 중개업체가 다시 개별 모집인에게 일감을 할당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다단계 구조의 말단에 있는 중소 중개업체나 개별 모집인이 불법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여전히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윗선'에 있는 대형 중개업체는 불법 수수료를 챙기는 정황을 알면서 눈감기도 한다.



금감원은 대형 중개업체가 예치금으로 먼저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나중에 불법수수료를 받은 중소 중개업체나 모집인에게서 구상권(다른 사람 대신 돈을 갚고 이를 물어내도록 하는 권리)을 행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받아내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중개업체가 대출을 성사시키는 대가로 신용조사비나 공탁금, 보증금 등의 이름을 붙여 대출자에게서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 수수료다. 오는 6월부터는 대출 규모에 따라 500만원 이하는 5%, 500만~1천만원은 3%, 1천만원 초과는 1%를 넘겨 수수료를 주고받아도 불법이다.



금감원은 예치금 제도가 불법 대출수수료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을 '민생침해 사범'의 하나로 여러 차례 지목했으며, 금감원은 이에 따라 불법 대출수수료 등의 근절을 주요 과제로 정했다.



지난해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9개월 동안 들어온 피해신고 1만3천84건 가운데 불법 대출수수료 관련 신고는 2천591건으로 29.8%를 차지했다. 대출사기(5천877건) 다음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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