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中企 손톱밑 가시뽑기' 시금석 될듯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행태에 칼을 들이댔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롯데그룹이 중소 협력업체에 그룹 직원들을투입해 강압적으로 납품가격 인하를 추진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롯데그룹 개선실(감사팀)은 최근 수도권에 위치한 롯데제과[004990] 납품업체들에 직원들을 보내 회사 경영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
갑작스런 경영자료 제출 요구에 이 업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으나, '갑'인롯데 측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자료를 모두 내주고 조사를 받았다.
롯데그룹은 조사 끝에 이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의 인하를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높은 납품가격을 유지해 10여억원의 이익을 취했다고 결론지었다.
원자재 가격의 변동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납품업체들이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면 납품업체들의 향후 납품단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된다.
납품업체들의 얘기는 다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는 납품업체가 이를 반영하지 못해도 내리면 즉시 반영해야 할 뿐 아니라, 자체 경영개선 노력으로 인한 원가 절감분까지 모두 단가인하에반영할 것을 요구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 이후 중소 제조업체의 제조원가는 8% 이상 올랐지만, 납품단가 상승률은 1%에도 못 미쳤다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그룹 측이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하려 했는지, 불합리한 경영간섭을 했는지 여부는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조사가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행태 근절을 선언한 새 정부의 정책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의 이러한 행태가 롯데 뿐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 현대차[005380], LG[003550], SK 등 대기업 전반에 만연한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일방적인 납품대금 감액' 등 하도급법에서 금지한 행위를 교묘히피하면서 납품업체의 단가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바로 협력업체의 경영개선 등을 명목으로 경영현황을 샅샅이 파악한 후, 납품업체가 구매 개선이나 생산비용 감축 등에 힘써 얻은 원가절감분을 납품단가에 모두반영하도록 요구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의 이익률은 높아지지만, 납품업체의 이익률은 낮아지고 연구개발 투자 등에도 힘쓸 수 없게 돼 영원히 대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 롯데그룹의 협력업체 감사도 새 정부의 눈치를 보며 가격 인상을 주저하다보니 '협력업체 쥐어짜기'로 이익률을 높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이동주 동반성장연구센터장은 "경영자료를 제출하라는 대기업의 요구를 거절하거나 불합리한 납품단가 인하를 대놓고 문제삼을 수 있는 납품업체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교묘한 납품단가 인하를 막을 수 있도록 하도급법 등 관련 법규를강화하고 대-중소기업 문화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