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휠체어 장애인용 ATM 15대 중 1대꼴

입력 2013-03-31 06:01
4월11일 차별금지법 시행…ATM·홈페이지 여전히 '미흡'은행 "준비기간 부족"…장애인단체 "보여주기식 안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쓸 수 있는 은행자동화기기(CD·ATM)가 15대 가운데 1대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시행을앞두고 은행들이 급하게 장애인용 자동화기기를 들여놓고 홈페이지도 개편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외환·기업·씨티·스탠다드차타드(SC) 등 8개 은행이 운영중인 자동화기기는 전국에 3만6천400대가량이다.



은행들이 꾸준히 화면확대·음성지원 자동화기기를 늘린 덕에 60%가 넘는 2만3천400대가량이 시각장애인 고객을 위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 고객이 불편함없이 쓸 수 있는 자동화기기는 2천650대(7.3%) 정도로 15대 가운데 1대 꼴이다.



이들 은행이 지난해 말 현재 운영중인 국내 영업점(출장소 포함 5천344곳)에 평균 6.8대의 자동화기기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휠체어를 타고 지점 3곳을 돌아다녀야업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각 은행들은 이르면 다음 달 11일까지, 늦어도 올해 말까지 휠체어용 자동화기기를 모든 영업점에 1대 이상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들이 수백대의 자동화기기를 바꿔야 하는데다 은행권의 주문 폭주로자동화기기 생산 업체가 물량을 대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월 말까지 400대 정도를 더 설치해야 되는데 업체가 날짜를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영업점에서 계속 설치가 진행중이라 정확하게 몇대를 운영중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홈페이지 접근성도 마찬가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는 최근 국내 대형은행 9곳의홈페이지에 대한 웹접근성을 조사했다.



1월 21일∼2월 8일 시각장애인 고객에게 불편사례를 접수한 뒤 인터넷뱅킹에서가장 많이 쓰는 ▲로그인 ▲거래내역조회 ▲계좌이체 ▲은행상품 정보확인 ▲이벤트정보확인 등 5개 항목을 이용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시각장애인이 5개 항목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곳은 국민은행 뿐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인 로그인과 거래내역조회, 계좌이체 등 3개 항목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은 곳도 국민은행과 SC은행, 씨티은행 뿐이었다.



시각장애인용 점자 보안카드 발급 현황도 초라하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개 대형은행에서 지금껏 발급한 점자 보안카드는약 3천200장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민은행의 발급 실적이 약 2천480장으로 80%에 육박한다.



은행들은 법 시행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데다 장애인 고객들이 주로 가족들에게 은행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 점자 보안카드 같은 서비스를 내놔도 이용률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자동화기기 지침이 작년 6월에야 나왔다"며 "기기 모양만 조금 바꾸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설계하기가 무척 까다롭기때문에 상당히 급박하게 교체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애인 고객을 위해 점자 보안카드를 내놓은 지 2년이됐는데 실제로 찾는 고객이 아주 적다"며 "가족이나 지인들이 주로 은행 업무를 봐주는 경향이 있어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 측은 법 시행이 오래전부터 예고돼 준비 기간이 충분했는데도 은행들이 '벼락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소한의 편의'가 아니라 장애인 고객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우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 차장은 "법에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제공'하도록 돼있는데 은행에는 휠체어 탄 사람이 이용할 수 있을만큼 낮은 창구가거의 없다"며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책보다 현실적인 배려가 더중요하다"고 전했다.



포럼 산하에서 웹접근성 인증을 담당하는 '웹와치' 관계자는 "최근 웹접근성 인증을 받은 은행이 많지만 실제 (시각장애인의) 인터넷뱅킹 사용에는 어려운 부분이많다"며 "인터넷뱅킹에서 가능한 서비스를 오픈뱅킹에서 모두 제공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픈뱅킹이 완전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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