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들에 "법 개정 따라 배당정책 재검토" 공문상장사協 "형평성 안 맞다"…법무부 "합리적 이유로 개정"
올해부터 주주 배당액이 확 줄어든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부터 배당수입을 바라보는 '개미주주'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
상장사들은 배당 축소를 가져올 개정 상법의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법 개정의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며 재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보험사들에 "FY 2013(2013 회계연도)부터 배당 가능 이익과 배당 규모가 현저히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배당정책을 수립할 때 중장기적인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올해부터 배당 가능 이익이 줄어드는 이유는 상법 제462조와 법 시행령 제19조가 개정됐기 때문이다. 배당 가능 이익을 계산할 때 과거와 달리 미실현이익과 미실현손실을 상계(相計)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미실현이익·손실이란 회사가 보유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 이익 또는 손실로 잡힌 것을 말한다. 아직 현금이 들어오거나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미실현'이라고 표현한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개정 상법·시행령은 올해 배당부터 모든 회사에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 특히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하는 보험사와 카드사 등이 큰 영향을 받는다.
가령 한 회사가 1년간 보유주식 가격 상승으로 미실현이익 5천억원과, 환율 하락으로 외화파생상품에서 미실현손실 3천억원을 냈다면 연말 배당 가능 재원을 계산할 때 5천억원을 빼야 한다.
과거에는 이익(5천억원)과 손실(3천억원)을 상계한 2천억원만 배당 가능 재원에서 빠졌지만, 법·시행령 개정으로 손익을 상계하지 못하게 돼 배당 가능 재원이 3천억원 더 줄어드는 것이다.
금감원은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고리인 삼성생명[032830]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주당 수천원에 매입해 현재 150만원 넘는 가격으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1천62만주(지분율 7.
21%)다.
순환출자 구조를 깰 수 없는 삼성생명은 이 주식을 팔지 못한다. 그 대신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발생한 미실현이익을 손실과 상계해 배당가능 재원이 더 많이 확보됐고, 그동안 이를 최대주주(지분율 20.76%)인 이건희 회장 등에게 배당해 왔다.
금융권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법·시행령 개정에 대해 반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흥국생명(태광그룹 계열), 한화생명(한화그룹 계열) 등 재벌 계열보험사를 비롯해 파생상품을 많게는 수조원씩 거래하는 주요 시중은행,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 대형 건설사 등이 영향을 받는다.
강경진 상장회사협의회 회계제도파트 과장은 "회계 원칙상 배당 가능 이익을 계산할 때 미실현이익을 빼면 반대로 미실현손실은 빼지 않아야 하는데, 법 개정은 이런 형평성에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강 과장은 "개별 회사의 배당이 환율이나 주식 등 거시경제 지표에 따라 출렁이는 상황이 됐다"며 "회사들은 미실현손익을 계속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해 불필요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합리적인 이유에 따라 법·시행령을 개정했으며,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만큼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서봉규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주가가 올라 장부 상에만 100억원의 평가이익이생겼다고 이를 다 배당에 써버리면 나중에 주가가 내려갔을 때는 배당금 100억원을도로 회수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송옥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당 통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취지에서 법과 시행령을 바꾼 것으로 안다"며 "세부적으로 어떤 항목을 (배당 가능손익에서) 넣고 뺄지는 전문가들이 협의해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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