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정부 中企 대출지원 놓고 다시 엇박자(종합)

입력 2013-03-28 14:54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발표 내용과 한은 측 설명 추가>>정부 "총액한도대출 강화"…韓銀은 같은 날 대출한도 '동결'



정부와 한국은행의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2분기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현 수준인 9조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총액한도대출이란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중소기업대출 취급용도의 낮은 저리(연 1.25%) 대출 자금을 시중은행에 지원하는 제도다. 은행들은 이 자금에 가산금리를 더해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이율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준다.



이 결정은 한은이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늘려 수출·중소기업 지원에 나설 것이란 ▲정부▲·시장의 기대를 뒤엎은 것이다.



정부는 이날 공개한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중소기업 등에 대해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지원을 강화하고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한다"고 명시했다.



한은은 그간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201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현 상황에서 금리정책보다는 총액한도대출, 재정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2월 금통위 의사록) 등 증액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김중수 총재 역시 새 정부 출범 후 통화·재정정책의 조화(폴리시 믹스·policymix)를 누차 언급하며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최근 들어선 기준금리 동결가능성을연거푸 시사해 총액한도대출과 같은 금리 외 수단을 쓸 거란 기대를 키웠다.



이날 최상목 기획재정부 정책국장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중소기업에 한은이 총액한도대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 부분은 한은으로부터 '워딩(언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통위는 '언질'과 다르게 총액한도대출 한도 유지를 결정했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한은의 도움을 바랐던 정부로서는 닭 쫓다 지붕만 처다보는 개 신세가 된 셈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손주돌보미 할머니에게 양육비 지급', '건강세 부과' 등 각종 설익은 정책이 부처 간 조율 없이 공개된 데 이어 나온 정책 혼선이다.



금통위는 3월, 6월, 9월, 12월 두 번째 본회의에서 다음 분기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결정한다. 이는 기준금리결정과 별개의 회의다. 외관상 총액한도대출 규모 논의는 당분간 미뤄졌다.



한은 측은 "지난해 말 공개한 񟭍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총액한도대출의 지원부문과 운용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이미 밝혔다"며 "정부가말한 총액한도대출 관련 '언질'은 이를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9월에도 (이례적으로) 금리결정 회의에서 총액한도대출한도를 7조5천억원에서 9조원으로 증액한 사례가 있다"며 "운용액을 늘리든지, 운용방향을 바꾸든지 등 문제는 4월 기준금리결정 회의에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며갈등설을 일축했다.



2007년 6조5천억원 규모던 총액한도대출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 9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어 2009년 3월에도 10조원으로 확대했다.



위기가 잠잠해진 2010년7월 8조5천억원, 2011년1월 7조5천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다시 9조원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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