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 中企 '온렌딩'대출 신·기보와 70% 중복

입력 2013-03-20 06:49
산은·수은과도 대기업여신·국외자원개발 업무 겹쳐



정책금융공사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정책금융기관을 재편하려는 노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최근 신용보증기금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정책금융시장의 경쟁환경과 신용보증기금 발전방안' 보고서를 보면 정책금융기관들의 난맥상이 잘 드러난다.



2011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공사에서 온렌딩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은 3천806곳이다. 이중 신용·기술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은 기업은 2천640곳으로 중복지원 비율이 69.3%에 달했다.



이미 보증 지원을 받은 기업에 정책금융공사가 다시 융자를 해준 것이다. 이 때문에 융자가 절실한 다른 기업의 몫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온렌딩 대출은 시중은행이 기업 대출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서 공사의 외화자금을 받아 적격기업에 지원하는 간접대출 상품이다. 공사의 전체 지원 규모에서 온렌딩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이다.



온렌딩 대출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대리대출과 겹친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공사가 신용위험을 부담하는 비율이 낮아 온렌딩 대출과 중진공 대리대출 사이에 실질적인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출을 대행하는 은행에 돌아가는 이윤이 부담 위험보다 낮다 보니 은행은 자체심사 기준에 맞춰 기업을 골라 대출해줄 수밖에 없고 결국 수혜 기업이 중복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온렌딩 대출이 전체 정책금융 지원 효과를 감소시키고 있어 가장 심각한 중복지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기 지원은 정체성이 불분명한 공사가 다른 정책금융기관의 업무영역에서실적을 늘리면서 비효율 현상이 심해졌다는 비판도 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감사원의 금융공기업 감사 보고서에서도 공사와 다른 정책금융기관 사이의 업무 중복 문제가 공개됐다.



감사원은 공사가 산업은행과 대기업 여신을 중심으로 서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경쟁하는 등 양 기관의 업무가 뚜렷이 나뉘지 않아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문제 삼았다.



2009년 10월 공사가 설립된 이래 산은과 금리 경쟁을 벌인 사례는 6건으로 대출규모는 총 8천100억원에 달했다.



한 대기업은 2009년 3월부터 산은에서 1천900억원을 시설자금으로 빌려 쓰다 3년 뒤 만기가 도래하자 산은과 공사를 경쟁시켜 낮은 금리를 제시한 공사의 자금으로 상환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와는 국외자원 개발사업에서 과열 경쟁을 벌이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공사가 창사 이래 지난해까지 가스전 인수, 탄광 개발 등 사업에 대출·보증을한 실적은 1조9천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수은이 미국의 한 유전을 인수하려는 대기업과 만기 3∼7년으로 대출 지원을 협의하는데 공사가 10년 만기에 저금리로 지원할 것을 약속해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공사는 공사법상 '신성장 동력 산업 육성' 조항에 따라 이들 사업에 지원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견해를 보이지만 감사원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봤다.



2009년 공사법 시행령을 제정할 때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이 업무를 담당해온수은과 중복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국외자원 개발사업이 업무 범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공사 출범과 함께 수출지원 금융기관, 감독부처 사이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업무가 중복되고 과열 경쟁에 따른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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