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채무자 빚 탕감 모럴 해저드 우려 현실화>

입력 2013-03-19 06:58
대출 연체 급증…행복기금 기댄 '빚 잔치' 속셈인 듯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은지 고유선 기자 = 박근혜 정부의 금융채무 구제책이갖가지 부작용을 낳을 조짐을 보인다.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배째라 채무자'가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가리지 않고 '공짜 점심'을 얻어먹겠다는 심리가 확산한 탓이다.



대표 사례가 '하우스푸어'



박근혜 정부의 금융채무 구제책이갖가지 부작용을 낳을 조짐을 보인다.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배째라 채무자'가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가리지 않고 '공짜 점심'을 얻어먹겠다는 심리가 확산한 탓이다.



대표 사례가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대책의 혜택을 바라는 집단대출 채무자의 장기 연체다. 언젠가는 정부가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에 금융채무를 갚지 않고 무작정 버티는 현상이다.



이런 악성 채무자를 구제한다면 새로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고통을 견디면서 빚을 성실하게 갚는 사람을 역차별할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의근간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 "기다리면 빚 탕감" 청라·영종지구 등 분양단지 밀집해 있는 인천의 한 시중은행은 최근 치솟는 연체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채무자가 새 정부의 하우스푸어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이자 내기를 거부한 탓이다. 잔금 납부시기가 됐는데도 일단 버티고 보자는 악성 채무자도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19일 "정부가 장기연체자의 빚을 감면해주는 가계부채·하우스푸어 대책을 조만간 내놓기로 함에 따라 채무자 사이에서 기다리다 보면 이자를탕감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장의 상황을 뒷받침하듯 지난 1월 은행의 집단대출 연체율은 1.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미 수개월째 빚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 중 상당수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NICE신용평가정보가 집계한 개인대출 불량률은 2010년 말 5.99%에서 2011년 말7.13%로 급증했다.



불량률은 최근 1년간 채무불이행으로 은행연합회에 통보되거나 3개월간 원리금을 갚지 않은 채무자 비율을 의미한다.



이왕 못 갚은 것 몇 개월 더 연체하다가 국민행복기금의 지원을 받고 한 번에 '빚 잔치'를 해버리려는 속셈에서 불량률이 늘어난 것으로 의심된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지원하는 신용회복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중도에 탈락한 사람은 3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신청자의 26.3%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채무조정을 포기해버린 데는 장기간 빚을 갚아야 하는 신용회복프로그램보다 혜택이 큰 국민행복기금에 편입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갖가지 대책이 나올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서민층이나 하우스푸어를 돕는 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악성 채무자까지) 구제한다고 좋은 선례가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성실 상환자 역차별 논란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크다.



빚 수렁에서 벗어나고자 꼬박꼬박 갚아왔는데도 오히려 '배 째라' 식으로 버텨온 사람들은 혜택을 받고 이들은 가계부채 대책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3곳에 돈을 빌린 김모(41)씨는 신용회복프로그램을 통해 6년째 매월 23만원씩 갚아오고 있다. 상환 도중 돈이 모자라 연체를 한 적도 있지만,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보다도 빚 갚는 데 먼저 쓴다.



그러나 김씨는 장기 연체 없이 빚을 갚고 있어서 국민행복기금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씨는 "국가가 돈을 성실하게 갚아오는 사람한테 먼저 혜택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성실히 빚을 갚는 사람은 가만히 두고 돈 없다고 버티기만 하는 악성 채무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치권에서도 국민행복기금을 이용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나 정부 주도의 하우스푸어 대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18일 열린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도덕적 해이를 막을 방안을 물었다.



신 내정자 역시 "마음이 무거운 부분"이라며 풀어나가기 쉽지 않은 문제임을 인정했다.



그는 "(국민행복기금이) 일부 역차별적 요소는 분명히 있다"며 "사회보장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1회에 한해서 상환의지와 자활능력을 갖춘 채무자를엄격히 선별해 돕겠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하우스푸어에게는 원금 탕감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일부 채무자 사이에서 버티기 현상이 굉장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국가 경제에 매우 안 좋은 징후인 만큼 구제하더라도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해 헛된 기대감을 깨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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