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대출 23조원 중 2조원은 이미 부실…연체율도 상승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만기가 올해 상반기에 무더기로 몰려 있다.
ABCP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게 대규모 PF 사업인 용산개발 좌초의 '방아쇠'가됐다는 점에서 국내 주요 PF 사업장도 유사한 파국을 맞을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가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PF 관련 ABCP의 만기도래액은26조9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22조4천억원원(83.3%)의 만기가 상반기인 1~6월에 집중됐다.
이달 3조2천억원을 비롯해 4월 4조3천억원, 5월 4조5천억원, 6월 1조6천억원의ABCP 만기가 차례로 돌아온다. 이날 디폴트가 선언된 용산개발의 ABCP는 이달 만기도래액의 3분의 1 정도인 1조1천억원이다.
ABCP란 유동화전문회사가 기업의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만기가 돌아온 기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상환하는 데 쓰인다.
PF 사업의 ABCP는 달리는 자전거에 비유될 정도로 위험이 크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 여러 사업장이 원활히 진행되면 분양 수익금으로 ABCP 이자를 내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몇 개 사업장이 휘청대면 곧바로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건설사 등 지급보증 회사의 이름을 믿고 ABCP를 마구 발행했는데, 막상 나타난 현실은 사업성이 나쁘면 안 되는 곳도 많다"며 용산개발이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공기업인 코레일이 용산개발 PF의 ABCP 지급보증을 서자 코레일의 신용도를 반영해 최고인 'AAA' 등급이 매겨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사업이 진척되기는커녕 삽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
대형 PF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PF 대출 잔액 23조3천억원가운데 2조원(약 8.9%)은 이미 부실화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PF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4.88%에서 올해 1월 말 5.19%로 상승했다.
PF 사업의 난맥상에는 분양시장을 지나치게 낙관한 장밋빛 전망과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난개발도 한몫했다.
용산개발 사업에 관여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그림을 그렸다"며 "인천 송도와 서울 상암, 뚝섬, 여의도 등에 고층빌딩이 이미 즐비하고 공실도 넘쳐나는데 뜬구름 잡는 사업계획으로 투자금만 고스란히 날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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