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 가입 열기 '후끈'…과잉 유치전도 한몫>

입력 2013-03-13 06:00
"고객 피해 막으려면 계약이전 보장과 금융사 간 경쟁 필요"



재형저축 가입 열기가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금주 안에 가입 100만 계좌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예·적금 상품보다 월등히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데다가 비과세여서 근로자의 관심이 높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은행권이 필요 이상의 경쟁을 벌이면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린 영향도 적지 않다.



은행권이 '역마진 우려'에도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상품 구조가 은행에유리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고객 피해를 막으려면 계약 금융기관 이전을 자유롭게 해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보하고 금융사 간 경쟁을 자연스레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과당경쟁에 실적할당부터 자폭통장까지 13일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의 K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김모 차장은 한달 안에 재형저축 140계좌를 유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본점에서는 유치 실적을 주·월별로 관리하고 영업점 실적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직원 개인의 인사평가에도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었다.



새 저축상품이 나오면 일선 영업점에 신규가입 할당량을 부과하는 것은 은행권의 관행이다. 그러나 보통 행원 1인당 30∼50계좌 수준이며 100계좌가 넘어가는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정상 영업으로는 실적 채우기가 불가능하자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김 차장은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려 주민등록번호만 받아 재형저축에 가입시켰다. 급한 대로 신분증 사본은 나중에 팩스로 받아 가입 서류를 완성하기로 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상품에 가입시키는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지만실적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일부 행원은 할당량을 채우려고 사비를 털었다. 자신의 돈 1만원을 넣은 가족이나 지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한 것이다. 이른바 '자폭통장'이다.



아예 고객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재형저축에 가입시키는 일도 있었다.



경기도 군포의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일하는 조모 대리는 "은행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거래 중소기업 사원 명의의 통장을 멋대로 만들고 사후에 동의를 받는 때도있다"고 털어놨다.



◇ 재형저축은 서민보다 은행에 유리? 은행들이 이처럼 과열경쟁을 벌이는 것은 재형저축이 근본적으로 서민이 아닌은행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금융권에서 재형저축 금리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수신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높은 역마진 상품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는 엄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재형저축과 같은 장기 절세상품은 중도해지율이 높다. 비과세에 소득공제 혜택까지 있었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을 중도에 해약한 비율은 70%나 된다. 재형저축을 중도에 해지하면 금리는 1∼2% 수준으로 낮아진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국장은 "고금리를 준다고 해도 우대금리 조건으로 신용카드 가입이나 급여통장 개설, 아파트 관리비 이체 서비스 가입 등을 걸고 있어 은행이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상품이 3년 뒤에 변동금리를 적용한다는 것도 맹점이다. 중도해지가 은행에 큰 손해가 되지 않으므로 은행으로서는 3년 뒤 얼마든지 낮은 금리를 책정할수 있기 때문이다.



강 국장은 "보통 3년 뒤에 변동금리를 적용하는데 은행에는 손해를 보전할 기회가 된다. 이때 고객이 은행을 바꾸는 계약이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도 "국가가 세제 혜택을 줘 가입을 권장하는 상품이라면 계약이전을 자유롭게 해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보하고 금융사 간 경쟁을 자연스레 유도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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