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관 협력 강화 땐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 생길 듯
박근혜 정부 초대 각료 인선작업이 마무리돼 새정부에서 한국은행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재정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기획재정부)와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은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주도하는 핵심 기관이기 때문이다.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현오석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과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 사이에 '각별한 인연'이 있어 두 기관의 공조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실제로 두 기관 수장의 사적인 인연이 기관 간 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닮은꼴'에 가깝다.
세 살 많은 김 총재가 거쳐 간 자리를 현 내정자가 뒤따라간 모양새다. 두 사람모두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받았다. 미국에서 1년 정도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지냈다.
두 사람은 각각 1997년(김 총재)과 2001년(현 내정자)에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특보를 역임했다.
김 총재는 한림대 총장을, 현 내정자는 세무대학 학장을 지낸 것도 유사하다.
현 내정자가 현재 맡은 KDI 원장직을 김 총재는 2002년부터 3년간 거쳤다.
두 사람은 경제 현안을 놓고도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내정자는 그동안 김 총재가 매월 주재하는 경제동향간담회에 국책연구기관수장 자격으로 자주 초청받았다. 경제관련 대책회의 등에서도 자주 자리를 함께한것으로 전해진다.
현 내정자는 지난 17일 차기 정부 경제사령탑에 내정되고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총재와) 어떤 때는 전화통화를 하며 정책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이런 '특수 관계' 때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두 기관의 정책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 총재가 기회 있을 때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정책공조'를 강조해온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김 총재는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거시경제정책은) 패키지로 같이 고려해야지 효과가 있다"며 정책 공조를 역설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보완 관계이므로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협의해서 효과를 극대화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 경제위기에 버금가는 난국이라는 점에서도 재정당국과 통화당국간공조가 중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갖는다.
일각에선 두 기관 간 정책 공조가 강화되면 한은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그런가 하면 김 총재의 거취 문제가 정부와 한은 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지적이 있다.
김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로 1년여 남았다. 내부에선 한은 독립성과 안정성을 위해 김 총재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98년 한은법이 개정된 이후 한은 총재들은 4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
극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김 총재의 중도사퇴설도 나온다. 김 총재가 현 정부에서 임명됐고, 이명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에서 한은 쇄신과 개혁을 위해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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