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막차 타자' 슈퍼리치 뭉칫돈 10조원 대이동

입력 2013-02-14 08:00
즉시연금ㆍ저축성보험ㆍ외국국채 등에 투자 유입



고액 자산가(슈퍼 리치)들이 새해 들어 약 10조원을 절세 금융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15일 세법 시행령 공포를 앞두고 거액의 뭉칫돈이 투자처를 옮겨간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보험에 6조원, 은행ㆍ증권ㆍ상호금융 등에 4조원 가량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품별로는 즉시 연금 4조원, 일시납 저축성 보험 2조원, 유전펀드ㆍ브라질국채1조5천억원, 월지급식 주식연계증권(ELS) 2조원, 신용협동조합ㆍ새마을금고 예탁금5천억원 등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금융 상품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폭 조정한 것은 개정 세법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정 세법에 따르면 금융소득 2천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하고 상속형 즉시 연금은 10년 이상 계약 시 1인당 2억원까지만 비과세한다.



즉시 연금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보험업계 전체로 매월 5천억~6천억 수준이었다. 그러나 세법 개정으로 비과세 혜택이 끝난다고 하자 삼성생명[032830] 상품은 이달 들어 이틀 만에 은행 창구에서만 월 소진 한도인 6천억원어치 팔렸다.



삼성생명, 신한생명, KDB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넘쳐나는 즉시연금 가입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즉시 연금의 은행 창구 판매를 이달 초 중단했다. 보험 설계사를 활용한 즉시 연금도 꺼리는 실정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투자할 곳이 막힌 상황에서 세금 인상이 예상되자 즉시 연금 등 절세 상품으로 대거 몰린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일시납 저축성보험도 큰 인기를 끈다. 이 상품은 5억~10억원의 목돈을 넣어두고10년 후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즉시 연금 절판 이후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 대안 상품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보험사에 2조원 가량 몰렸다. 평시보다 4배나 급증한 수치다.



최근 삼성증권[016360] 등이 공동 모집한 '한국투자 패러랠 유전 해외자원개발펀드'는 4천억원을 목표로 했으나 9천400여억원 유입됐다. 유전펀드는 액면가 3억원이하에 배당소득세 5.5%만 물리고 최고분에는 15.4% 세율을 적용하는 분리과세 상품이다.



한국과 브라질의 조세협약으로 자본 차익에 비과세되는 브라질 국채도 새해 들어 평시보다 6~7배가량 많이 팔렸다.



투자자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면 수익 분산 효과가 있는 월 지급식 ELS도상한가를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지난해 월평균 ELS 발행액은 4천165억원이었으나 올해만 5천230억원을 발행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신협과 새마을금고에도 뭉칫돈이 들어왔다.



상호금융은 비과세 예탁금 한도가 2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확대된데다 시중은행보다 여전히 금리가 높아 수신금리를 내려도 자산가들이 돈을 들고 찾아오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세법이 개정되면 절세 상품 가입이 늘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심하지 않았다"면서 "극심한 경기 불황에 부동산 폭락 등으로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유층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자는 분위기가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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