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후에야 등급 하향 등 '뒷북' 조정 일쑤"올해 회사채시장은 우량-비우량 기업 양극화될 듯"
우리나라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엉터리로 하는 경우가 적지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채 시장에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사이의 양극화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강동수 선임연구위원ㆍ김정인 전문위원은 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비우량 회사채시장에 대한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국내 신용평가사가 내린신용등급 자체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신용평가등급이 기업의 신용력을 고평가하거나 변화를 더디게반영해 회사채 시장의 거래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웅진그룹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부도를 맞고 지주사인 웅진홀딩스[016880]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이후에야 웅진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투자적격으로 분류됐던 LIG건설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시장에선 부실위험 기업의 유통금리가 동일한 신용등급의 기업에 견줘 100~300bp(1bp=0.01%)까지 높아졌는데도 기존 신용등급이 유지됐다. 이런 경향은 대기업이나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웅진그룹 사태를 계기로 A- 등급 내 우량기업도 같은 등급의 비우량기업(사실상 BBB+ 이하 기업) 때문에 채권 유통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2010년 이후 A- 등급에 속한 기업의 평균 재무건전성은 BBB+ 등급의 기업들보다 낮다. 건설ㆍ해운ㆍ조선 등 불황 업종의 경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A- 등급 내 취약 기업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높게 유지됐다.
이에 보고서는 "신용등급 조정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해 불신이 높다"며 "이로인해 재무상태가 튼튼한 기업조차 회사채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우려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신용평가등급에 관한 모범 규준'은 독자신용등급제도 도입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낮다고 꼬집었다.
독자신용등급은 기업 자체의 펀더멘털을 독립적으로 평가한다. 대기업 계열사의외부 지원 가능성을 제외하며 국제 신평사가 이미 시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유통을 위해서 독자평가제도와 정기평가제도를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용평가정보를 정기적으로 갱신하자는 얘기다.
부실 우려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는 반대했다.
침체 업종의 기업은 경영 실적이 추세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 지원보다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올해 회사채시장 전반의 유동성은 양호하다고 봤다.
다만, AA- 이상 등급 우량채권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로 호조세를 보이겠지만 A 이하 등급에선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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