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흑인 원내대표 이어 새 이정표…2020년 탄핵소추 이끌며 트럼프와 대립
"합의·설득의 리더십" 평가…당내 이견 확대 속 조율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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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이 11·3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을 탈환하게 되면서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56)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하원의장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하원의장은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자리다. 제프리스가 의장에 오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을 견제할 민주당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게 된다.
제프리스 대표는 3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서 "미국이 돌아왔다. 오늘 위대한 미국의 재도약이 시작된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하원 민주당이 미국 의회의 통제권을 되찾았다"며 "여러분은 대통령이나 부통령, 대법원이 아닌 미국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아는 의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모인 그의 지지층은 제프리스를 향해 "의장(speaker)!"을 연호했다.
제프리스는 2022년 흑인 최초로 미국 의회에서 정당 원내대표에 올랐고, 중간선거 이후 구성될 새 회기에서 하원의장으로 공식 선출되면 첫 흑인 하원 수장으로 또 한 번 미국 정치사에 새 역사를 쓰게 된다.
특히 의회의 입법 의제와 상임위원회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백악관과 정면으로 맞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전쟁과 트럼프 일가의 부당이득 취득 의혹 등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1970년 8월 4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제프리스는 사회복지사인 어머니와 약물 중독 관련 상담사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제프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녔으며, 어머니는 그가 매년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대본을 읽지 않고 대사를 외워 발표하도록 했다. 할머니는 제프리스와 형 하산이 졸업할 때마다 500달러를 축하금으로 건네며 대학원 진학 등 학업을 독려했다고 한다.
제프리스는 빙햄턴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조지타운대에서 공공정책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대형 로펌인 '폴 와이스'와 미디어 기업 비아콤, CBS방송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정치 입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0년과 2002년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에 연거푸 도전했다가 낙선했고, 세 번째 도전인 2006년에야 첫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2012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당내 입지를 빠르게 넓혀 나갔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한 뒤 제프리스는 민주당 하원 지도부 서열 5위인 민주당 코커스 의장에 선출됐다.
2022년에는 20년간 민주당 하원을 이끌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뒤를 이어 원내대표로 선출되며 미 역사상 첫 흑인 원내사령탑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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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스는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행정부 수반을 지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대중적인 언어로 논리를 풀어내는 화법 등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슷해 한때 '브루클린의 버락'으로 불리기도 했다.
제프리스는 연설에서 흑인 래퍼들의 가사나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교 시절 랩을 즐겼던 그는 2017년 하원 본회의장에서 브루클린 출신의 전설적 래퍼 노토리어스 B.I.G.의 사망 20주기를 기리며 그의 대표곡 '주시'(Juicy)의 가사를 직접 랩으로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사가 탄핵심판의 필요성을 문제 삼자, 당시 탄핵소추위원이던 제프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은폐 의혹을 비판한 뒤 B.I.G.의 가사 중 일부인 "이제는 알겠죠"(And if you don't know, now you know)를 인용했다.
제프리스는 당시 탄핵심판에서 방청객의 소란이 발생하자 "하나님은 정의를 사랑하시며 신실한 자들을 버리지 않으신다"는 시편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제프리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대립 관계를 이어왔다.
그는 2020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탄핵심판 당시 하원 탄핵소추위원 7명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7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지출 법안(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반대하며 8시간 45분에 걸친 장시간 연설로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는 현대 하원 역사상 최장 연설 기록으로 남았다.
그의 정치 스타일은 강력한 당 장악력으로 유명했던 펠로시 전 의장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WP는 제프리스가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와 설득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신중하고 절제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패터슨 전 뉴욕주지사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그는 체스 선수처럼 네다섯 수 앞을 내다보며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내 중도·온건파와 강경 진보파 간 정책적 이견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합의와 설득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이런 갈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꼽힌다.
당내 강경파 일각에선 제프리스의 친이스라엘 성향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단일 건강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 등을 비판해왔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가운데 제프리스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조사와 견제를 주도하는 동시에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공화당과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당내 결속을 유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얼마나 제동을 걸 수 있을지가 그의 리더십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yu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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