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판세 속 예루살렘·텔아비브 상반된 투표소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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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텔아비브=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 투표일인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두 도시인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의 투표소에서는 현재 이스라엘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를 보여주듯 완전히 상반된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수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예루살렘의 유권자들이 '신앙'과 '전통 수호'를 외쳤지만, 세속적이고 자유주의 성향이 짙은 텔아비브 유권자들은 현 우파 연정에 대한 '심판'과 '변화'를 역설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예루살렘의 아테렛 라헬 학교 투표소는 이른 시간부터 검은 정장과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유권자의 95% 이상이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이 투표소는 내부에만 10개의 투표함이 설치되어 전국 투표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 만난 하레디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은 명확했다.
유대교의 신념과 생활을 지키고, 최근 이스라엘 내에서 가장 큰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하레디의 병역 면제 혜택'을 방어해 줄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다.
투표를 마친 한 하레디 유권자 슐로모 갈가로브(65) 씨는 평소 자신이 존경하는 랍비(유대교 율법 학자)의 가르침에 따라 보수 유대교 정당인 샤스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샤스당이 창당된 첫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샤스에 투표했다. 언제나 랍비 오바디아 요세프를 존경하고 사랑해 왔으며, 이스라엘의 율법과 이스라엘의 전통을 사랑하기에 매우 기쁜 마음으로 그 길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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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나는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우파 정부가 들어서기를 바란다"라며 "안타깝게도, 우파 정부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대법원이 번번이 무산시키려 했고, 지금은 좌파가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파가 진정으로 온전한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권자인 아브라함 펠드만(40) 씨는 자신들의 병역 문제와 종교계 지원 예산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해 주는 보수 정당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토라 강사인 그는 "토라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인 UTJ를 찍었다. UTJ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며, 우리가 이 땅에서 고유한 영적인 삶의 양식을 지켜나가고 평온하게 토라를 배울 수 있도록 해둔다. 우리 아이들을 붙잡아가 강제로 군대에 징집하지 않도록 지켜준다. 우리는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좌파냐 우파냐 하는 세속의 정치적 이념 노선은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대체로 좌파 진영이 하레디를 집요하게 박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우파와 손잡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이 결코 절대적인 원칙인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날 오후 2시께 방문한 텔아비브 시청 인근 투표소의 분위기는 예루살렘과 180도 달랐다.
이스라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이자 진보 진영의 심장부로 불리는 텔아비브의 투표소에는 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들이 주를 이뤘다.
투표소 밖 담장은 네타냐후 총리를 대체할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군참모총장 출신 가디 아이젠코트의 사진이 붙은 선거 홍보물로 장식됐다.

이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이스라엘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정권 교체'에 목소리를 높였다.
웹사이트 마케터로 일한다는 탈리야 차디크(50) 씨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가 주도하는 중도 우파 성향의 '비야하드'(B'Yachad)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네트에게 투표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유는 그가 총리로 있었던 과거 1년 동안 정말 많은 좋은 일들을 해냈기 때문이다. 기여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주는 그의 업무 원칙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차디크 씨는 이어 "네타냐후는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오직 권력을 위해 온 국가를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하며 "그는 그 사태(하마스의 기습 사건) 이후에 사임했어야 했고 이미 오래전부터 총리여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고 일갈했다.
또 그는 입대를 앞둔 18세 아들을 언급하며 "가장 큰 두려움은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다. 아이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 곁을 떠나는 군인이 단 한 명도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투표를 마치고 나온 에얄 보퍼(37) 씨는 최근 노동당과 메레츠당이 통합해 출범한 진보 성향의 '민주당'(The Democrats)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그는 "민주당의 가치관이 내 가치관과 가장 잘 맞는다. 그들이 내세운 인물들과 후보들을 신뢰한다"면서 "그들은 내 편에 서서 지켜주었고,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켜주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지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네타냐후는 부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끔찍한 사람이며, 이런 사람이 이 나라의 일을 맡아 관리한다는 것은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보퍼 씨는 또 "지난 18년간 비비(네타냐후)가 이곳에서 저질러 놓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아랍계와도 같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시민들이 국가에 동참하고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차로 불과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두 도시지만,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담은 열망과 이스라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은 완전히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종교적 가치와 집단의 권리를 굳건히 수호하려는 예루살렘과, 세속적 민주주의의 회복과 새로운 국정 동력을 원하는 텔아비브의 상반된 표심이 최종 선거 결과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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