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시에 법무부 소송…동명이인 후보로 유권자 혼란 주장
법무부 "민주 근소 승리시 결과 인증 안돼"…美언론 "이례적 선거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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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3 중간선거에서 알래스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승리할 경우 선거 결과를 곧바로 확정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소송을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알래스카주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현역인 댄 설리번 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에게 패할 경우 선거 결과 인증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그 근거로 설리번 의원과 동명이인 후보가 투표용지에 포함돼 있어 유권자들이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소송에 대해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설리번 의원과 동명이인 후보를 내세웠다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하고, 해당 후보가 "정치와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현역 의원의 이름은 댄 S. 설리번이고 동명이인 후보는 댄 J. 설리번이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유권자 혼란을 노리고 공화당 후보와 동명이인인 후보를 내세웠다고 주장하지만, 당사자와 민주당은 이를 부인해왔다.
법무부는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동명이인 후보로 인한 유권자 혼란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 실제 투표 의도를 확인할 때까지 선거 결과의 공식 인증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댄 J. 설리번 후보의 출마 목적이 "설리번 상원의원의 득표수를 줄여 펠톨라 캠프에 이익을 주는 것뿐"이라며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오도해 결과적으로 알래스카 유권자들의 의사를 왜곡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래스카주 선거 당국은 지난 6월 유권자 혼란을 이유로 동명이인 댄 J. 설리번 후보를 투표용지에서 제외하려 했으나, 주 법원이 출마를 허용했고 주 대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은퇴한 교사인 댄 J. 설리번은 올해 선거 출마 직전 공화당에 등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동명이인 후보의 출마를 "사기"라고 규정하며 그의 출마를 허용한 법원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의와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사기꾼 대니얼 J. 설리번 주니어를 투표용지에서 제외하고, 민주당의 선거 개입에 책임을 묻기 위한 강력한 법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가 주 선거 결과의 공식 인증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과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패배 가능성을 전제로 결과 확정 저지에 나서면서, 중간선거 이후 불리한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법적 포석을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알래스카는 상원 다수당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려면 4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만큼, 공화당이 현역 의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CNN방송은 이번 소송이 헌법상 선거 관리에 제한적인 역할만 부여받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선거 절차에 개입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분석했다.
알래스카주 선거 관리 당국은 투표용지에 후보자들의 중간 이니셜을 기재하고, 댄 S. 설리번 후보를 '현역 의원'으로 명시했으며, 동명이인 후보의 '공화당 소속' 표기를 생략하는 등 유권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이미 취한 상태다.
이뿐 아니라 사후에 실제 투표 의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불확실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극히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NYT가 인용한 선거 전문가들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선거 결과 인증을 저지하려 한 유사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이번 소송이 정치적 선거 개입으로 비칠 수 있으며 연방정부의 권한을 벗어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소송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지를 두고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정상적이지 않은 법적 분쟁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노터데임대 로스쿨의 데릭 뮬러의 선거법 교수는 알래스카 주정부를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이건 아군 오인 사격이고, 알래스카 공화당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이라며 "주정부 관리들이 이번 소송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yu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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