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배 육박…세계 10대 제약 거래 중 8건 중국 차지
임상시험 점유율 미국 추격…한국 신약 경쟁력 강화 과제

ADVERTISEMENT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이 세계 신약 개발 시장에서 혁신 기술의 공급처로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올해 기술 수출 계약 규모는 이미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으며, 연간 200조원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세계 임상시험 시장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신약 개발 경쟁의 중심축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의 기술 수출 규모가 한국의 10배에 육박하고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중국 기술 도입이 잇따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신약 개발 역량 강화와 기술 수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세계 기업들, 중국서 신약 쇼핑…"혁신 역량 재평가"
2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제약 기업의 올해 기술 수출 계약 규모는 1천390억 달러(약 184조원)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인 1천357억 달러(약 179조원)를 넘어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올해 국내 기업의 기술 수출 계약 총액은 147억 달러(약 19조5천억원) 수준이다. 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기술 수출 사례 2건이 더 있지만, 중국 업체 실적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중국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 업체 중에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일라이 릴리, 애브비, 노바티스 등 세계 굴지의 기업이 포함됐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이 외국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기에는 경험과 브랜드 경쟁력이 부족해 기술 수출 계약은 양측에 이득이 된다"고 짚었다.
이어 중국 제약 업체의 기술 수출 총액뿐만 아니라 개별 계약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기술 수출 계약의 평균 금액은 약 7억 달러(약 9천260억원)로 2018년의 10배가 넘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딜로이트 차이나 보고서를 인용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상반기 세계 제약 분야 상위 10대 거래 중 8건을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그중 최대 규모는 CSPC와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1월 체결한 계약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약 성분이 서서히 방출되는 서방형 약물 전달, 인공지능(AI) 기반 펩타이드 발굴 관련 플랫폼 권리를 도입하기 위해 185억 달러(약 25조5천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협회는 "자산 가치의 고도화, 검증된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 학계의 지지 확대로 중국의 혁신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다"고 해설했다.
로이터는 "중국 기술 수출 계약의 조건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며 중국 장쑤 헝루이제약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3종을 허큘리스에 기술 수출한 사례를 소개했다.
헝루이는 신약 후보물질 상업화 권리를 넘기면서 허큘리스 지분 20%를 보유했고, 허큘리스는 카일레라 테라퓨틱스로 사명을 바꿔 올해 4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중국은 2030년까지 세계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중 자국 비중을 25%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퍼스트 인 클래스는 작용 방식이 기존 약과 다른 신약을 뜻한다.
ADVERTISEMENT

◇ 유럽 제약기업 임원들 "중국은 기회이자 위협"
중국 내 활발한 신약 개발은 임상시험 관련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최근 펴낸 '2025년 한국 임상시험 산업 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임상시험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율은 15.9%였다.
중국 임상시험의 점유율은 2017년에 한국과 비슷한 3.7%였는데, 8년 만에 12.2%포인트나 상승했다.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는 여전히 미국이지만 중국과 격차는 차츰 줄어들고 있다.
미국 임상시험 점유율은 2017년 24.5%에서 2025년 19.6%로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주요국 가운데 지난해 임상시험 점유율이 5%를 넘은 나라는 없었다.
바이오 유럽이 제약 기업 임원 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미래 혁신 협력 대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29명이 미국, 24명이 중국을 각각 택했다. 유럽은 11명,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은 4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유럽 제약 기업 임원들은 중국의 부상을 기회이자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자국 기업이 개발한 신약 관련 기술의 과도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이달 중순 바이오를 인공지능(AI), 태양광 등과 함께 수출 통제 기술 범주에 넣는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세포유전자치료제와 소형 핵산 약물, 병원성 미생물 관련 5개 기술을 수출 통제 범위에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기술과 관련된 라이선스 계약, 파트너십, 위탁 연구 서비스 등에는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바이오협회가 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앞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 임상 개발 역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