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 가스관 계획의 끝' 니키스키 액화시설 부지 가보니
황량한 자갈밭에 울타리도 없어…인근 LNG플랜트는 10년째 가동 중단
현지 주민 "韓투자, 우리로선 꼭 필요"…일부는 "세부사항 없어"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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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스키[미 알래스카주]=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미국 알래스카주(州) 앵커리지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약 3시간 반을 달렸다. 바다와 맞닿은 채 끝없이 뻗은 숲길을 따라 270㎞를 이동한 끝에 도착한 곳은 작은 공터였다.
가문비나무와 자작나무가 듬성듬성 둘러싼 자갈밭 한가운데 나무 말뚝이 하나 박혀 있을 뿐, 표지판은커녕 울타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에는 비포장도로와 숲이 전부였고 오가는 사람도, 차량도 없어 적막감만 감돌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찾아가 본 이곳은 9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500억 달러(약 66조원) 투자를 기정사실처럼 발표해 논란이 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이 들어설 예정 부지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표와 중간선거를 앞둔 지역 공화당 후보들의 적극적인 홍보에 '확정된 바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전문가들의 경제성 우려가 겹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알래스카 와실라를 직접 찾아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펼치면서 "필요한 모든 인허가는 승인됐다"며 "당장 오늘 밤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가 눈으로 마주한 현장에서는 사업이 임박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빈 땅에서 그나마 잡초가 곳곳에 돋아난 자갈밭은 나은 축이다. 부지의 상당 부분은 잡목이 우거진 숲이었다.
계획상으로는 이곳부터 서쪽으로 쿡만(灣)에 접한 해안까지 약 900에이커(364㏊)의 드넓은 부지가 LNG 액화 시설과 터미널이 들어설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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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LNG 사업은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약 1천300㎞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알래스카 남부 니키스키로 수송하고, 이를 냉동해 액체로 만든 뒤 배를 통해 수출하겠다는 구상을 골자로 한다.
LNG 프로젝트 웹사이트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니키스키 부지에는 액화 생산 라인(트레인)부터 저장 탱크, LNG 운반선 터미널 등이 세워질 예정이다. 수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공정이 이뤄지는 핵심지인 셈이다.
지금까지 알래스카 정부 산하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가 니키스키 일대 약 600에이커, 150여개 필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구속력 있는 투자자와 구매자를 찾지 못한 채 사업은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과 지역 정치인들의 잇단 장밋빛 발표에도 상당수 주민은 기대를 접어놓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사업 부지 인근 식당에서 13살 아들과 함께 점심을 먹던 주민 샤이나는 "한국의 투자 소식을 듣긴 했다. 근데 세부 사항이 나온 것이 없지 않으냐"라며 "그래서 반긴다거나 우려한다거나 같은 반응을 내놓을 게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한국의 투자를 거듭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반기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투자 현실화로 LNG 프로젝트가 정상궤도에 오른다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 글렌판은 총 1만 2천개의 건설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니키스키 소재 에너지 회사에 다닌다는 크리스 윌슨은 "LNG 프로젝트 이야기가 몇 년째 나오고 있는데 우리로서는 정말 (한국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미 니키스키에 LNG 인프라가 있고, 일부 재정비(retool)는 필요하겠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프로젝트 부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키나이 LNG 플랜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다만 가동을 멈춘 지 약 10년이 됐다고 한다.
1969년부터 일본 수출용으로 LNG를 생산하던 시설이었지만, 2011년 정기 수출이 중단되자 2017년부터 유휴 상태로 멈춰 섰다. 지난해 하베스트 미드스트림이 인수해 수출 대신 수입 터미널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렇듯 황량한 공터와 이미 멈춘 지 오래된 플랜트, 여기에 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긍정적 발표와 주민들의 막연한 기대가 뒤섞인 것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현주소다. 공화당이 쏟아낸 정치적 선언은 가득 쌓였지만, 정작 사업을 움직일 자금과 실제 계약은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않았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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