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준비 알려진지 79일만…중복상장 논란에 여론 악화
반도체기업 주가 떨어지며 환경변화…SK하이닉스, 재원조달 방안 모색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김민지 기자 =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3일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및 기업공개(IPO)에 대한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8월 5일 상장 준비 사실이 알려진 지 79일 만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회사다.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eSSD)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생산거점 확보와 기술 개발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나스닥 상장의 주요 명분으로 거론됐었다.
SK하이닉스 전체 기업가치 중 솔리다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12.9% 수준이다.
상장 중단에는 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주가 하락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지배구조 아래 솔리다임이 별도 상장하면 모회사 주가가 보유자산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할인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중복 상장' 우려도 겹쳤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반도체 기업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IPO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진 상태다.
미국 낸드 업체 샌디스크의 경우 주가가 지난 6월 고점 대비 최근 40%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동종 업체 주가가 크게 조정받는 상황에서 솔리다임 역시 상장으로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커진 상황이다.
솔리다임 '중복 상장' 논란이 일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잇따라 규제 대상임을 강조하며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상장 중단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라면서 시장 상황과 주주 가치를 종합적으로 따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PO의 경제적 효과나 솔리다임의 성장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며 "현재 시장 여건을 감안해 주주가치 측면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상장 절차 중단 결정을 밝히면서도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필요성에 대한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는 만큼, 기존 생산 시설만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미국 내 새로운 생산시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 조달 방식 등을 검토해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ak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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