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전체주의 정권들, 민주주의 붕괴 부추기기 목적"
"이란 정권 허위정보 유포 관련 보고서, 마크롱이 공개 막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최근 수주간 격화한 프랑스 소요 사태에 러시아와 이란 등이 개입해 혼란을 부추기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전체주의 정권들이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을 약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게 이 신문이 전한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더타임스는 "적대적인 외국 세력이 이번 시위를 처음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이번 시위로 드러난 사회적 분열을 이용해 서방 측을 적대하는 국가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의 온라인 허위정보 유포 활동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공식 보고서가 작성됐고 외무장관이 이를 공개하려고 했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막았다는 프랑스 언론 보도도 나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파리 교외의 고등학생들이 교육 재정 부족과 소수민족 배경 아동에게 불리한 교육제도를 규탄하면서 시작됐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공영 라디오 프랑스 퀼튀르는 "경찰과 지역 정보당국 소식통들은 외국 세력의 지원을 받거나 외국 세력에 의해 게시물이 널리 확산된 블로거와 인플루언서들이 소요 가담자들의 동원을 부추기고 증폭시키며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말한다. 이란과 러시아, 알제리가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일부 연구자는 중국도 비슷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란과 러시아, 중국, 알제리의 당국자나 친정부 성향 매체들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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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의 역사학 교수인 다비드 콜롱은 러시아, 이란, 알제리가 "긴장을 증폭시키고 악화하는 데" 관여했다고 말했다.
허위정보 대응을 다룬 책 『앵포데미(Infodemie)』의 저자인 콜롱 교수는 이란이 특히 성과를 거뒀다며, 극좌 단체에 침투한 점이 이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이란계 언론인이자 작가인 에마뉘엘 라자비는 "이란 정보기관은 사회운동을 먼저 일으키는 법이 없다. 자신들의 목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그 운동에 끼어드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라자비는 이란 공작원들이 오래전부터 프랑스의 강경 좌파 단체들과 관계를 구축, 팔레스타인 문제를 부각하도록 유도했다며 올가을 시위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이 눈에 띈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라자비는 이란 공작원들이 파리에서 혼란을 일으키도록 실업 상태의 청년들에게 돈을 줬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돈을 주지는 않는다. 고작 수백 유로(약 수십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17일 파리의 소요 사태에 가담한 이들 가운데 이란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은 극소수였다고 라자비는 덧붙였다.
그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대외작전 부대인 '쿠드스군'이 온라인에서도 활동하면서 조직적으로 선동 게시물을 올리는 이른바 '트롤 팜'을 운영하고 소셜미디어와 텔레그램 등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를 포섭한다고 말했다.
콜롱 교수는 한 프랑스·이란계 인플루언서를 지목하면서 이 인플루언서가 게시물을 많은 사람에게 노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이 인플루언서는 올가을 테러 선동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요즘은 프랑스의 경찰 폭력에 관한 글을 올리고 있다.
더타임스가 인용한 연구자들에 따르면 러시아 역시 이번 시위로 드러난 사회적 분열을 이용하려고 했으며 특히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 의혹에 관한 게시물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러시아는 이미 자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선전공작 조직 '스톰-1516' 등을 통해 내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전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조직은 친유럽·친우크라이나 성향 후보들에 관한 가짜 뉴스를 온라인에 퍼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크렘린궁과 연계된 한 여론 공작 조직은 이번 프랑스 시위에 대한 허위 서사 10가지를 퍼뜨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콜롱 교수는 대규모 폭력이 발생한 17일 시위 현장에 러시아 공작원이 잠입해 참가자들을 격앙시키려는 프락치 공작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공작원들이 현장에 있었다고 내가 공식적으로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러시아 정보기관이 오래전부터 예고된 이번 시위의 기회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매우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콜롱 교수는 전체주의 정권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민주주의의 붕괴"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그들에게 토요일(17일 시위)은 엄청난 성공이었다. 그들이 사태를 일으켰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태를 수단으로 삼아 이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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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주 연설에서 학생 시위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규탄했다.
그는 "프랑스의 고등학생 시위는 러시아, 중국, 이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나온 적대적 서사에 이용됐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뉴스 웹사이트 라레트르를 인용해 바로 장관이 이란의 "허위정보 유포 활동과 사이버 공격"에 관한 보고서를 국방·국가안보사무국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2025년 이란과 연계된 계정들이 프랑스의 한 시위운동을 부추겼고, 유사한 계정들이 최근 며칠 동안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에 관한 게시물을 올렸다는 내용이 실렸다.
라레트르는 바로 장관이 당초 보고서를 공개하려고 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엘리제궁이 이란 전쟁 와중에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이란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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