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ICC 제재 두고 미일 틈 노출"…소극적 정상외교도 지적

(도쿄=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최근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외교적 항의만 할 뿐 대응 조치는 제한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7일 짚었다.
특히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미일 동맹 사이 틈이 생긴 듯한 인상을 주면서 이 같은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중국과는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관계가 냉각됐고, 지난 5월에는 중국에서 일본 기업의 직원 두 명이 억류됐다.
러시아와는 지난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와 일본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4개 섬 중 하나인 이투루프섬을 방문한 뒤 갈등이 촉발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가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같은 섬을 방문했고 이어 러시아는 극동 사할린주에서 연방보안국(FSB)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일본인 기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중국 대표단의 쿠릴 열도 방문과 일본인 기자 체포에 대해 항의하고, 체포된 기자에 대한 인도적인 배려를 요청했다.
북한의 경우는 지난 12일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고, 일본은 중국 베이징의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했다.
닛케이는 이 같은 일련의 상황에서 일본이 항의나 요청에 그칠 뿐 강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북·중·러의 도발이 미국과 일본·유럽 등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 대립이 표면화된 시기와 겹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 8월 일본인인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 등 개인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ICC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내놨다.
이에 일본과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9개국 외무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ICC에 대한 지지와 제재에 대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지난 10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법의 지배를 일관되게 중시하며 그 역할을 수행하는 ICC를 지지한다"며 "이번 조치는 이러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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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ICC 제재를 둘러싸고 미일 간 불협화음이 보인 듯한 인상을 국내외에 주고 있다고 닛케이는 해설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회담 의향을 밝히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북·중·러가 이를 보고 일본에 대해 추가 도발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자민당 내에서 "지금까지 전혀 엄중한 대응을 하지 않아 얕보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제재하려 한다면 할 수 있지만 일본의 국익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소극적인 정상외교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불참했고, 지난달 유엔 총회에는 비교적 짧은 1박 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지난 2일 밤 열린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에도 불참하고 외무성의 엔도 카즈야 외무심의관을 대참시켰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에 디스플레이(화상 연결 모니터) 설치 등 "사무적인 준비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참석을 검토했으나 개최 시간이 직전까지 정해지지 않았으며, 회의 의제가 미국과 유럽 간 디젤 가격 관련 대응으로 "외무성의 판단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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