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작년 1.94%→올해 2.14%→내년 2.20%…IMF 지표 분석
27개국 중 7위…1인당 GDP 4만달러 돌파 기대에 정부 '3·4·5 비전' 탄력
전문가 "AI '디바이드'로 체감 안 돼…취약계층 고통 살펴야"

(서울·세종=연합뉴스) 한지훈 이대희 기자 =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상승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특수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인 성장 잠재력까지 회복되는 흐름이다.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에서 극적으로 방향을 트는 데 성공하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단기 경기 호조를 구조적 개선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엇갈렸다.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 과실을 다른 산업과 취약계층으로 나눠야 한다는 진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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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 등 구조적 제약 속 깜짝 반등…'3저 호황' 이후 처음
18일 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4%에서 올해 2.14%, 내년 2.20%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0.20%포인트(p) 반등하는 데 이어 내년에도 0.06%p 추가 상승하는 경로다. 2023년 2.06%에서 2024년 1.96%로 하락했다가 올해 다시 2%대로 올라서게 된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불안을 유발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생산 수준인 잠재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이다. 경기 부양으로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실질 GDP 성장률과 달리 경제의 성장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반등한다는 것은 고령화와 노동 공급 감소 등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 이례적으로 성장 여력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이번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IMF가 제시한 한국의 실질 GDP와 GDP갭률(실제 GDP가 잠재 GDP를 웃돌거나 밑도는 정도)을 토대로 역산한 결과다.
IMF가 한국의 연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3.33%, 내년 2.83%로, GDP갭률을 올해 0.548%, 내년 1.168%로 각각 전망한 점을 반영했다.
IMF 자료의 과거 시계열을 같은 방식으로 역산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높아지는 것은 '3저 호황' 때인 1986∼1987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는 1985년 9.67%에서 1986년 9.77%, 1987년 9.91% 등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기저효과 등으로 2010년과 2021년 잠재성장률이 한해씩 반등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듬해까지 흐름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국 잠재성장률은 장기간 하락 추세를 이어왔다.
2010년 4.05%에서 이듬해 3.67%로 하락했고, 2018년 2.97%로 2%대, 2020년 1.28%로 1%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추산치인 2.14%는 2021년 2.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85%, 올해 1.66%, 내년 1.52%로 추산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IMF 크게 다른 수치를 내놨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달 말 '2027년 NABO 경제전망'에서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2.14%에서 올해 2.22%, 내년 2.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 GDP 성장률 전망 상향과 AI·반도체 투자 확대, 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개선 효과 등을 반영했다.
[표] 한국의 아웃풋갭·잠재성장률·실질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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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GDP갭률(%)│잠재성장률(%) │실질성장률(%) │
├─────────┼─────────┼────────┼────────┤
│1982 │ -7.54│8.94│8.47│
├─────────┼─────────┼────────┼────────┤
│1983 │ -3.85│9.11│ 13.47│
├─────────┼─────────┼────────┼────────┤
│1984 │ -2.79│9.43│ 10.64│
├─────────┼─────────┼────────┼────────┤
│1985 │ -4.32│9.67│7.94│
├─────────┼─────────┼────────┼────────┤
│1986 │ -2.81│9.77│ 11.50│
├─────────┼─────────┼────────┼────────┤
│1987 │ -0.17│9.91│ 12.89│
├─────────┼─────────┼────────┼────────┤
│2020 │ -2.64│1.28│ -0.70│
├─────────┼─────────┼────────┼────────┤
│2021 │ -0.30│2.23│4.70│
├─────────┼─────────┼────────┼────────┤
│2022 │ 0.52│2.08│2.91│
├─────────┼─────────┼────────┼────────┤
│2023 │ -0.05│2.06│1.48│
├─────────┼─────────┼────────┼────────┤
│2024 │ 0.18│1.96│2.19│
├─────────┼─────────┼────────┼────────┤
│2025 │ -0.61│1.94│1.14│
├─────────┼─────────┼────────┼────────┤
│2026(전망)│ 0.55│2.14│3.33│
├─────────┼─────────┼────────┼────────┤
│2027(전망)│ 1.17│2.20│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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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10월 세계경제전망 분석

◇ 내년 잠재성장률 27개국 중 7위…'영프일독'보다 높아
같은 방식으로 잠재성장률을 계산할 수 있는 27개국 가운데 한국은 올해와 내년 모두 7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는 12위였다.
올해는 몰타(4.10%), 키프로스(3.39%), 덴마크(2.68%), 슬로베니아(2.53%), 스페인(2.50%), 미국(2.33%) 다음이다.
내년에도 몰타(4.04%), 아일랜드(3.88%), 키프로스(3.29%), 슬로베니아(2.53%), 덴마크(2.34%), 미국(2.29%) 뒤 순서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미국뿐이다. 한국은 올해와 내년 모두 영국(올해 1.29%, 내년 1.26%), 프랑스(0.85%, 0.85%), 일본(0.82%, 0.84%), 독일(0.64%, 0.70%) 등 주요 선진국을 크게 웃돈다.
잠재성장률 추산의 근거가 되는 한국의 GDP갭률 순위는 지난해 20위(-0.610%)에서 올해 6위(0.548%), 내년 1위(1.168%)로 올라선다. 내년 2위 그리스(0.750%), 3위 덴마크(0.737%)와도 격차가 크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를 통한 잠재성장률 반등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확장 재정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엇박자' 지적에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잠재성장률 3%를 목표로 제시했다.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까지 포함한 '3·4·5 경제 대도약'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이어 가장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던 잠재성장률까지 반등하면서 3·4·5 목표에 성큼 다가서는 모습이다.
IMF는 이번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4만3천512달러로 4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봤다.
나아가 내년 4만9천277달러에 이어 2028년에는 5만2천100달러로 2년 만에 5만달러까지 넘어선다는 전망을 내놨다. 2031년에는 5만9천919달러로 6만달러에 육박한다고 예상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수출 사상 첫 1조달러 돌파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을 내다보며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로 잠재성장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표] 국가별 잠재성장률 (단위 %)
※ IMF 10월 세계경제전망 분석
┌───┬───┬───┬───┬───┬───┬───┬───┬──┬──┐
│ │몰타 │미국 │한국 │G7│영국 │프랑스│일본 │이탈│독일│
│ │ │ │ │ │ │ │ │리아││
├───┼───┼───┼───┼───┼───┼───┼───┼──┼──┤
│2023년│ 5.55│ 2.78│ 2.06│ 2.01│ 2.80│ 1.36│ 0.27│0.74│0.55│
├───┼───┼───┼───┼───┼───┼───┼───┼──┼──┤
│2024년│ 5.32│ 2.70│ 1.96│ 1.83│ 1.35│ 1.33│ 0.10│0.74│0.54│
├───┼───┼───┼───┼───┼───┼───┼───┼──┼──┤
│2025년│ 4.55│ 2.90│ 1.94│ 1.91│ 1.36│ 0.81│ 0.70│0.75│0.34│
├───┼───┼───┼───┼───┼───┼───┼───┼──┼──┤
│2026년│ 4.10│ 2.33│ 2.14│ 1.63│ 1.29│ 0.85│ 0.82│0.71│0.64│
├───┼───┼───┼───┼───┼───┼───┼───┼──┼──┤
│2027년│ 4.04│ 2.29│ 2.20│ 1.64│ 1.26│ 0.85│ 0.84│0.71│0.70│
├───┼───┼───┼───┼───┼───┼───┼───┼──┼──┤
│2027년│ 1│ 6│ 7│ │20│23│24│ 26│ 27│
│ 순위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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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10월 세계경제전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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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불러온 생산성 개선"…"반도체 호황 따른 수치조정"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TFP)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와 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개선에서 반등 요인을 찾았다.
고령화로 노동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만큼 자본과 생산성이 반등을 이끈다는 것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AI가 불러온 '역류' 현상"이라며 "생산의 3요소가 노동·토지·자본이었는데 이제 AI가 더해진 4요소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본 투입 증가가 뚜렷하고, 총요소생산성도 AI가 투입 대비 산출을 늘려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 측면은 단기간에 크게 달라지기 어려운 만큼 잠재성장률 반등은 설비투자와 총요소생산성 쪽에서 설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시지표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호황의 혜택이 일부 기업에만 집중되면서 체감경기와의 간극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김 실장은 "취업자 2천900만명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임직원은 20만명도 안 되고, 공급업체까지 100만명이라 쳐도 나머지 2천800만명은 참여하지 않는 구조"라며 "완전히 AI 디바이드(격차)"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AI를 포함한 총량 지표와 제외한 지표를 함께 발표해야 경제를 고르게 진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로 돈을 버는 것이지 국내 경제가 좋은 건 아닌 착시 현상"이라며 "서비스업·중소기업·자영업자, 부채를 못 갚아 연체율이 오르는 사회적 약자 계층에 더 많이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반도체 호황에 맞춘 기계적 조정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본질적인 생산성이 증가할 요소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표가 나쁘지 않더라도 물가와 금리, 내수 취약계층의 고통까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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