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 추가 지원 호소…"내년에 102조원 마련해 달라"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제 시장에서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 재개를 허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또한, 내년 전쟁 비용이 1천550억 유로(약 233조원)에 달할 것이라면서, 700억 유로(약 102조원)의 자금을 추가 지원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맺은 '경유딜'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러시아산 가스에 대해서도 유사한 합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민심 악화에 고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러 제재를 일부 해제해 러시아산 경유를 시장에 풀겠다는 깜짝 발표를 한 뒤 일방적으로 '에너지 휴전'을 선포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거래로 인해 다시 러시아로 현금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거래로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인한 타격을 상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푸틴의 주머니에 직접 더 많은 돈이 꽂힘으로써 전쟁 자금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푸틴은 현재 어떤 형태로든 평화 협상을 원치 않는다"면서 "그는 러시아가 협상에 응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말장난을 하면서 전쟁을 끝내려는 진정한 의지를 갖고 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브뤼셀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압박에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하는 등 양측의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다.
양국 정상의 충돌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방어에 필수적인 스타실드의 접속 장애가 발생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생명줄' 격인 위성시스템을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스타실드는 미국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개발한 군사용 위성 시스템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페이스X의 위성 통신 서비스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장애로 민간인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EU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내년 전쟁 비용이 1천55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며 이 가운데 최소 700억 유로를 유럽 국가들이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이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금액"이라면서 "여러분들의 지원은 우리가 러시아의 진격을 저지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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