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사우디 측이 이슬람 제2의 성지 메디나에서 순항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대변인이자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인 투르키 알말키는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연합군은 메디나 지역에서 순항미사일을 요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발사 주체나 정확한 표적 등 구체적인 정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말키 대변인의 발표대로라면 메디나 일대가 잠재적인 공격 대상이었거나 최소한 미사일 비행경로에 놓였음을 암시한다.
최근 사우디 내 공항과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본사 등 핵심 시설에 대한 후티 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이 급격히 거세진 상황이어서 이번 미사일 역시 후티 측이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사우디 측의 발표를 즉각 부인했다.
후티 반군은 성명을 통해 "오늘 사우디 영토를 겨냥한 어떠한 타격 작전도 수행하지 않았다"며 "적국인 사우디가 주장하는 메디나 공격설은 엄청난 거짓이자 날조"라고 반박했다.
사우디 서부 히자즈 지역에 위치한 메디나는 메카에 이은 이슬람교 제2의 성지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가 서기 622년 메카의 박해를 피해 이주(히즈라)해 최초의 이슬람 공동체(움마)를 세운 곳으로, 시내 중심부의 '예언자의 모스크'(알마스지드 안나바위)에는 무함마드의 묘소가 자리 잡고 있다.
매년 성지순례(하지) 기간을 전후해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무슬림 순례객이 찾는 상징적인 도시다.
이 때문에 이슬람 성지가 위치한 지역이 실제 무력 공격의 표적이 됐다면 군사적 긴장을 넘어 이슬람권 전체의 종교적 공분을 부르는 대형 파문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사우디 방공망이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 인근에서 후티 반군의 드론을 격추했을 당시에도 이슬람권 전반에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당시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권 국가들과 이슬람 협력 기구(OIC), 무슬림 세계연맹(MWL) 등은 성지 인근까지 무기를 날려 보낸 행위를 두고 "전 세계 무슬림의 종교적 감정을 모독하고 성지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일제히 맹비난에 나섰다.
그러자 후티 측은 성지 수호를 맹세하는 집회를 여는 등 진땀을 뺐다.
후티 측이 성지가 아닌 군사·경제 시설을 겨냥한 것이라며 방어 논리를 펴더라도, 성지 인근 상공이 교전 구역화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아랍권 무슬림 국가들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할 만큼 역풍이 컸다.
meolakim@yna.co.kr
(끝)
ADVERTISEMENT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