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형 카이랄성 연구로 생명체 기원에 한발…의약품 연구에도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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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어떤 분자들은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모양은 같지만 방향이 다른 '거울상 관계'에 있는 두 형태로 존재한다.
그런데 생물체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의 경우 유독 같은 방향성을 띠는 '동형 카이랄성'(homochirality)을 가진다.
가령 아미노산의 경우 거울상 이성질체가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모두 한 형태(L형)다.
지금껏 생명체가 어떻게 이런 동형 카이랄성을 가졌는지는 100년이 넘게 화학계의 미스터리였는데,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 두 명의 과학자가 올해 노벨화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7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앙리 카강(95) 프랑스 파리남부대학교 교수와 소아이 겐소(76) 일본 도쿄 이과대학교 교수를 각각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카강 교수는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쪽만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후 소아이 교수는 거울상 이성질체 중 어느 한쪽이 조금이라도 많다면 이 물질이 촉매 역할을 하면서 증폭되고, 결국 해당 물질이 압도적으로 많아진다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생명체가 어떻게 L형 아미노산만 가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이기도 하다.
류도현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화학 반응을) 시작할 때 한쪽 물질이 많다면 이 생성물 자체가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어떤 해답을 줄 수 있는 실험적인 증명을 했다는 데 (노벨위원회가) 큰 의의를 둔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실제 노벨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생명체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이전에 이런 일을 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노벨위원회는 "두 수상자의 업적으로 화학자들은 더 정교한 도구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방식을 통해 의약품과 화학물질 등을 제조할 때 화학반응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상엽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역시 "질병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에서 약효를 나타내는 거울상 분자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거울상 이성질체를 두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성질이 달라 한쪽은 약이 되지만 한쪽은 독이 되기 때문이다.
1950∼1960년대 발생한 탈리도마이드 사태가 한 사례로 꼽힌다. 임신부들은 입덧 완화를 위해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했는데 당시 약의 거울상 이성질체를 구분하지 않고 써 수많은 아이가 선천성 기형을 안고 태어났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성질체 중 원하는 쪽만 얻기 위한 방법이 개발돼 왔고, 관련 분야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여럿 나왔다.
202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교수와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또 2001년에는 미국의 윌리엄 S. 놀즈와 K. 배리 샤플리스, 일본의 노요리 료지 등 3명이 거울상 이성질체 합성과 관련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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