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 후 게릴라전' 안 통한다고 보고 러 침공시 첫날부터 국경 대응

ADVERTISEMENT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러시아와 인접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에스토니아가 러시아 국경에 더 가까운 쪽으로 병력을 재배치하고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까지 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도입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스토니아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래 러시아의 자국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왔다.
FT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군부와 정보기관은 적어도 향후 2년간은 러시아가 나토와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러시아가 에스토니아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중인 것은 맞는다고 보고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을 시험할 목적으로 소규모 침투 등 기회주의적 모험행위를 감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에스토니아도 나토도 이런 시나리오를 설득력 있게 억지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자체 공군이 없어 영공 방어를 나토에 의존하는 에스토니아는 이에 따라 올해 5월 국가안보개념에 '능동 방어'(active defence)라는 용어를 도입하고 대대적인 재편과 재배치에 들어갔다.
에스토니아의 주력 전투부대인 제1여단을 지휘하는 타르모 쿤들라 대령은 "우리는 국경에서부터 싸움을 시작해 첫 전투들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전략에 따라, 북부의 타파에 있던 제1여단은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50km 떨어진 동북부의 여흐비로 영구적으로 이전키로 했으며, 병력을 수용할 새 시설이 대규모로 건설되고 있다.
에스토니아 군 정보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억지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발트 3국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결정적 시기는 앞으로 1년에서 4년 사이"라고 말했다.

여흐비의 새 기지 외에도 나르바 시내에는 최대 1천 명을 수용하는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평시에는 200명이 상주하고, 위기 때에는 800명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에스토니아는 올해 국방비를 공식 수치상 42% 늘린 24억유로(3조6천300억원)로 늘렸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5.4%에 해당한다.
아울러 구매 무기 체계도 바꾸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지난 1년간 사거리 최대 300km의 M57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미국산 하이마스(HIMARS) 다연장로켓체계 9대와, 유사한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한국산 '천무' 다연장로켓체계 9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토니아군은 러시아군이 침공해올 경우 일단 습지와 숲이 많은 지형을 활용해 게릴라식 방어전을 벌이면서 나토의 지원군을 기다리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에스토니아는 러시아가 점령지 유지를 위해 사상자 발생에 개의치 않으며 초토화된 점령지도 도로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기존 방어 전략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전략을 변경했다.
러시아가 침공해올 경우 일단 후퇴하고 전술적으로 적을 유인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첫날부터 국경선 전체에 걸쳐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에스토니아의 인구는 130만 명, 면적은 4만5천㎢이며, 예비군 전력은 최대 23만명이지만 상비군은 4천200명에 불과하다.
에스토니아 군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국경 지역의 목표물을 겨냥해 제한적 작전을 벌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어 사용자가 다수인 소도시 나르바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가 나토의 집단방위 결의를 시험하고 동맹을 분열시키기 위해 나르바에 대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나토 동맹국도 이런 공격을 억지하는 새 방어 태세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에스토니아 주둔 병력을 내년 4월까지 800명에서 1천200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며, 올해 에스토니아군과 함께 한 '스프링 스톰' 군사 훈련에서는 사거리가 300㎞인 '니안' 자폭드론을 반입했다.
FT는 니안 드론의 사거리를 감안하면 에스토니아 영토에서 운용될 경우 러시아의 주요 지역 군사기지 대부분과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타격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limhwas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