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인종·성별까지 변조, 나머지 2명은 외모·헤어스타일·표정 바꿔
삭제당한 학생 "학교가 보여주려는 것만큼 학생 구성 다양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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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스탠퍼드대가 홍보물에서 학생들의 인종·성별·외모를 변조한 인공지능(AI) 조작 사진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교내 학생 신문 취재로 이런 사실이 드러나고 언론 보도로 거센 비판이 일자 대학 당국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추가 교육과 검토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탠퍼드 학생 자치언론 '스탠퍼드 리뷰'의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 대학의 주거·다이닝 사업부는 최근 홍보물 배너에 이런 AI 변조 사진을 사용했다.
원래 사진에 등장하는 남학생 2명과 여학생 1명 중 히스패닉계 남학생인 빌리 라미레스가 AI 사진 조작으로 삭제됐고, AI가 생성한 가상의 흑인 여학생으로 바꿔치기 됐다.
원래 사진에 찍혔던 아시아계 여학생 1명과 백인 남학생 1명의 외모도 확연히 변조됐다. 변조된 사진에서 이들은 더 날씬하게 나왔고, 헤어스타일이 조금 더 단정하게 바뀌었으며 표정도 웃음을 더 크게 짓는 쪽으로 변했다.
이들이 입고 있는 옷 모습도 스탠퍼드 로고를 추가하거나 부각하는 쪽으로 변조됐다.
라미레스는 스탠퍼드 리뷰 인터뷰에서 친구가 배너 이미지와 원래 사진을 비교한 이미지를 함께 보내줘서 이번 일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인종과 성별까지 포함해 우리의 외모를 완전히 바꾸는 데 AI를 썼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하지만 비교 이미지를 본 뒤에는 스탠퍼드가 우리가 어떻게 표현될지를 그런 식으로 결정한 데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화도 났다"고 말했다.
이어 "내 정체성이 바뀌고 사진에서 빠진 것을 보니, 나를 포함해야 했던 표현물에서 어떤 의미로는 내 목소리가 지워지고 존재가 삭제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스탠퍼드 리뷰는 이번 사건에 대해 "스탠퍼드대와 그 관료 조직에 지속돼 온 이념적·인종적 선호를 보여주는 것이며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교묘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다행히 경계심을 갖춘 스탠퍼드 학생들은 속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사건 공개 다음 날인 22일 나온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보도에 따르면 원래 사진은 2024년 대학 구내식당에서 스탠퍼드대 사진작가에 의해 촬영됐다.
라미레스는 원래 사진 촬영 당시에는 1학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인터뷰에서 "나는 이 학교를 사랑하지만, 그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미레스는 학교 측이 AI로 만들어낸 흑인 여학생을 변조 사진에 넣은 데 대해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보여주려는 것처럼 (스탠퍼드대의 학생 구성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당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신과 접촉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대학 측이 학생 구성이 다양하게 보이도록 하려고 몇 년 묵은 사진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학생 구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이 점은 스탠퍼드가 적게 뽑아온 흑인이나 히스패닉 배경 학생들의 선발을 늘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으로 스탠퍼드 학부 재학생 중 히스패닉 또는 라티노는 약 16%, 흑인은 6.5%였다.
스탠퍼드대 측은 23일 언론매체들에 이메일로 보낸 입장문에서 AI로 학생 이미지의 인종과 외모가 변조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는 대학 정책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대학 당국은 "스탠퍼드대의 AI 정책은 명확하다. 스탠퍼드인들, 사건들, 연구, 시설, 업적들의 이미지를 AI를 이용해 생성하거나 변조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이번 사건에서 변조한 점과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점 양쪽 모두 그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임직원에게 추가 훈련을 제공하고 모든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학 당국은 문제가 된 변조 사진을 쓴 배너를 철거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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