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보다 키웠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올해 들어 새로운 대형 수출 계약 체결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으면서 연간 수주 목표액 달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KAI는 올해 10조 원 넘는 일감을 확보하겠다는 연 수주 목표를 걸었는데 3분기까지 신규 수주액은 2조 2,100억 원대에 그쳤다. 연내 목표를 채우려면 인도네시아와 협의 중인 4조 원 규모의 KF-21 전투기 수출 계약이 맺어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매출 50% 늘었는데 순이익 반토막

KAI는 3일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지난 3분기 매출 1조 643억 원, 영업익 79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1.6%, 31.9%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8.9% 줄었지만 영업익은 63.9%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2분기 4.1%에서 3분기 7.5%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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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 기대에는 못 미쳤다. 증권사 전망치는 매출 약 1조 2,500억 원, 영업익 820억 원 수준으로 실제 매출은 예상보다 약 15%, 영업익은 3%가량 낮았다.
그럼에도 매출은 50% 넘게 커졌는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8.6%보다 1.1%p 하락했다. 당기순이익도 190억 원으로 작년보다 51.1% 급감했다. KF-21 양산과 폴란드·말레이시아 FA-50 사업 등이 실적을 뒷받침했지만 소형무장헬기(LAH)는 엔진 공급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납품이 지연돼 실적을 악화시켰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 3,249억 원, 영업익은 1,950억 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매출은 49.1%, 영업이익은 1.4%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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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연 매출 목표인 5조 7,306억 원에 이르려면 이번 4분기에만 2조 4,057억 원을 벌어야 한다. 지난해 4분기 매출 약 1조 4,667억 원보다 64%가량 많은 금액이다. 연말 KF-21과 FA-50, LAH 등의 납품이 얼마나 실적으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올해 두 달 남았는데 연 목표 수주 21%

실적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일감 확보다.
KAI는 올해 초 신규 수주 목표로 10조 4,383억 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연 수주액보다 63% 이상 많은 수치다. 그런데 올 3분기까지 신규 수주액은 약 2조 2,100억 원으로 목표 달성률이 21.2%에 불과했다.
남은 목표액은 8조 2,283억 원을 웃돈다. 4분기 대형 계약 성사 여부가 1년 성적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확보한 일감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계약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 보내는 가운데 신규 계약이 없으면 수주 잔고는 까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KAI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27조 3,437억 원에서 지난 3분기 26조 2,855억 원으로 9개월 만에 1조 원 넘게 빠졌다.
KAI의 마지막 대형 완제기 계약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KAI는 당시 필리핀에 FA-50 12대를 추가 판매했다. 앞선 계약에 따라 필리핀과 함께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에 항공기를 넘기고 있지만 이제는 앞으로 수년간 생산할 먹거리를 찾아야 할 때다.
▲미워도 인니뿐...4조 수주고 언제 올리나

가장 가까운 시기에 수주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은 인도네시아의 KF-21 전투기 도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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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KF-21 공동 개발국으로 우리나라와 초도 물량 16대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계약 규모는 약 4조 원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계약이 된다면 KF-21의 첫 해외 수출이라는 성과 달성과 함께 연 수주 목표 달성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계약 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지난 3월만 해도 상반기에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11월에 접어든 현재도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달 계약을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의 구매 예산 편성과 대금 지급 방식, 우리나라의 금융 지원 범위 등은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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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KF-21 공동 개발 분담금을 둘러싸고 한국과 협상을 벌인 끝에 당초 약정액보다 크게 줄어든 6천억 원만 납부했다. 공동 개발 분담금 정산과 전투기 16대 구매는 별도 사안인 만큼 논란이 일었어도 판매에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는 2조 원 넘는 규모의 LAH 후속 양산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연내 계약이 목표로 성사되면 헬기 생산 물량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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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도네시아 KF-21 약 4조 원과 LAH 후속 양산 약 2조 원을 모두 잡아도 상반기 수주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 목표 달성에 3조 8천억 원 넘게 더 필요하다.
KAI는 이집트와 모로코, 페루 등에서도 FA-50 추가 수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협상 대상국이 여러 곳이라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연내 끝낼 프로젝트들은 아니라서 목표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지배구조도 골치...노사 갈등 격화

수주와 실적뿐 아니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KAI에 위험 요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를 통해 KAI 지분을 15.89%까지 늘리며 2대 주주 지위를 굳혔다.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율 26.41%와는 약 10.5%포인트 차이가 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 방산 계열사들의 KAI 지분 취득을 허가하며 한화에 힘을 보탰다. 현재 지분만으로는 실질적인 경영 지배력을 지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다만 한화가 추가로 지분을 사거나 경영진을 겸임하는 등 지배 관계가 달라지면 기업 결합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한화는 항공 엔진과 레이다 등 계열사의 기술을 KAI의 완제기 연구개발 역량과 결합해 협력을 확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KAI의 최대 주주인 수출입은행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며 최대 주주 변동 예상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KAI 노동조합은 한화가 회사의 독립 경영을 훼손하고 있다며 방산 시장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적과 수주뿐 아니라 2대 주주로 올라선 한화그룹과의 관계도 정립해 임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