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도체주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2일 국내 증시에 미칠 충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발 매도세가 코스피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28.58% 폭락했다. 1974년 7월 이후 약 52년 만에 최대 일일 하락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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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7.20% 급락했다. AMD(-10.88%), 마이크론(-5.30%), 엔비디아(-4.22%) 등 주요 반도체주가 동반 하락했고,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7.95%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2%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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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5.52%,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2.93%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상태다.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3.48% 급락한 5,730.74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3.02%, SK하이닉스는 7.08% 하락했다. 두 회사 모두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미국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 악화가 맞물려 있다.
우선 인텔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한 165억달러를 기록했지만, 4분기 매출 전망치를 시장 예상보다 낮은 150억~160억달러로 제시했다. 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이 PC 제조 비용을 높여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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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메모리"라며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올랐다. 2027년에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는 호재지만, PC 제조업체 등 주요 수요처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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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AI 투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상황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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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당초 300억달러를 목표로 추진한 투자 유치에서 현재까지 약 110억달러의 투자 약정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픈AI가 자금 조달 목표를 200억달러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메타도 신용도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AI 설비투자 확대와 현금흐름 악화를 이유로 메타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등급 자체는 'AA-'로 유지했다.
이처럼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처의 비용 부담과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우려가 겹치면서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기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AI 투자 확대 속도가 둔화할 경우 향후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월요일 국내 증시에서 미국 반도체주와 같은 수준의 급락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지난 금요일 코스피와 반도체 대형주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일부 악재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일본 키옥시아의 낸드 가격 상승률 둔화 전망과 앤트로픽의 신용위험 관련 보도가 월요일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금요일 일부 선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낙폭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국내 증시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불안과 기대 가운데 어느 쪽이 힘을 얻느냐에 따라 코스피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한국시간으로 이달 3일 애플을 시작으로 4일 AMD, 5일 ARM과 퀄컴이 실적을 발표한다. 오는 18일에는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