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급락할 때 제약 11% '강세'…엇갈린 실적 눈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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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검은 목요일'이라 불린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코스피 제약지수는 11.28% 오르며 업종별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코스피200 헬스케어지수 상승률도 6%를 넘어서며 뒤를 이었다. 반면 반도체 투톱이 담긴 코스피 전기전자지수는 같은 기간 10.26% 하락했다. 9% 가까이 빠진 코스피 낙폭의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비롯된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종이 하락장을 거스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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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이익 전망이 주가 차별화를 불렀다.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반도체 및 관련장비 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5% 낮아졌다.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도 같은 기간 4.2% 하향 조정됐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제약과 바이오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4%, 6.2% 높아졌다.
특히 대형주 위주로 실적 개선 전망이 확인되고 있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3분기 영업익 6,401억원, 5,253억원을 기록하며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실적 발표를 앞둔 녹십자와 SK바이오팜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한 달 새 각각 17%, 3.6% 상향됐다. 반도체가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낼지 검증받는 동안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이익 눈높이를 끌어올린 것이다.
높아진 이익 전망에 투자 자금도 유입됐다. 연기금은 지난주 반도체를 2,500억원 넘게 순매도한 반면 제약·바이오는 2,700억원어치 사들였다. 펀드 운용 자금인 투신도 제약·바이오를 1,4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반도체 조정 속에 실적 전망이 개선되는 바이오로 기관 자금이 이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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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호재 압도한 AI 수익성 우려…'대체 성장주' 찾기 분주
증권가는 이 같은 바이오의 상대적 강세를 주도주 조정기에 나타나는 '대체 성장주' 찾기로 해석한다. 과거에도 반도체가 흔들릴 때 바이오가 시장보다 선방한 사례가 많았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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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증권이 지난 1996년 이후 미국 반도체 업종이 20% 넘게 하락한 30개 구간을 분석한 결과, 제약·바이오주가 S&P500 수익률을 웃돈 비율은 90%에 달했다. 같은 조건에서 국내 헬스케어 업종이 코스피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비율도 73% 수준이었다. 반도체와 다른 실적 동력을 가진 바이오가 주도주 조정기의 투자 대안으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업종인 반도체가 강세를 보일 때는 헬스케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반대로 반도체가 주춤하면 다른 업종이 살아나는 흐름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 금리 하락도 반도체로 대표되는 기술주에 호재로 작용하진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5.3%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한 달 사이 5% 아래로 내려왔다. 금리가 내려가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높아져 성장주에 유리하다. 하지만 이익 자체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다면 금리 하락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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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하락에 대해 "10년 기대인플레는 2.3% 내외에서 사실상 제자리고, 금리를 끌어올렸던 물가연동국채(TIPS) 10년물 금리가 2.9% 부근 고점에서 내려오며 명목금리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상반기부터 이어진 실질금리 상승이 AI발 성장 프라이싱의 결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금리 하락은 AI 성장에 대한 베팅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가 충분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지를 둘러싼 의구심이 반도체주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김준영 연구원은 "지금은 금리 하락만으로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AI 투자와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짚었다.
● 연말 바이오 성수기…호실적·계약 성과 무장한 대형주 뜬다
전문가들은 연말을 맞아 바이오주에 당분간 온기가 흐를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이익 전망이 개선되고 기술수출 성과가 가시화되는 대형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을 조언한다.
통상 4분기는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술 수출과 M&A 성수기로 꼽힌다. 미국 바이오 리서치 플랫폼 딜포마에 따르면 최근 3년(2023~2025년)간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나온 연간 기술수출·파트너십 계약 금액의 30~40%가 4분기에 몰렸다. 대형 제약사가 연말까지 예산을 소진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고, JP모간과 제프리스 등이 개최하는 업계 교류 행사도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다. 이에 이익 전망 개선과 기술수출 성과까지 더해지는 기업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따른다.
다만 제약·바이오 업종 전체의 상승 추세 전환으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기금과 투신의 매수에도 외국인은 지난주 제약·바이오를 845억원 순매도했다. 기술수출 성과 역시 일부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 업종 전반의 강세나 연초 수준의 주가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조정으로 얻은 반사이익을 지속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가려면 실적 전망 개선과 유의미한 계약 성과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별로 실현되지 않은 이벤트가 산적해 연말까지 반등 기대는 가져볼 만하다"면서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계약 체결 소식 자체보다는 실제 현금 유입 속도와 개별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