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키가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양호한 이익을 내고도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익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향후 실적을 예고하는 가이던스가 시장의 눈높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다. 여기에 비용은 당장 발생하고 절감 효과는 수년 뒤에나 나타나는 장기 구조조정 계획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의 매출 급감과 주력 제품군의 판매 부진은 단순한 유통 채널 정리를 넘어선 근본적인 브랜드 경쟁력 약화 우려를 낳고 있다.
▲ 이익은 선방했지만…시간외 주가는 10% 급락
나이키는 10월 1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희석 주당순이익(EPS)이 0.4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0.43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매출원가 대비 수익성을 보여주는 총마진 역시 창고와 물류비용 절감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개선된 42.8%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총마진은 과거 실적에 포함됐던 관세 환급과 같은 일회성 이익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실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규장에서 35.15달러(-0.71%)로 마감했던 나이키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31.77달러 부근까지 밀렸다. 현재 시가총액은 520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배당수익률은 10년래 최고 수준까지 올라간 상태다. 5년전 고점(179달러) 대비해서는 5분의 1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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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권 쇼크와 주력 카테고리 붕괴
전체 분기 매출은 112.1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113.2억 달러)를 밑돌았다. 유일하게 북미 지역(+2%)과 의류 카테고리(33.8억 달러, +2%)만 성장세를 보였을 뿐, 브랜드를 이끄는 핵심 부문은 모두 역성장했다. 신발 매출은 69.5억 달러로 6% 줄었고, 컨버스 브랜드는 2.63억 달러로 28% 급락했다.
뼈아픈 대목은 전체 매출 감소분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 중국 시장이다. 중화권 매출은 11.8억 달러를 기록해 환율 변동 효과를 뺀 순수 실질 매출인 현지통화 기준으로 26%나 폭락했다. 영업이익(EBIT)은 34%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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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군별로 보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스포츠웨어 부문이 두자릿수 초반대의 감소율을 보였다. 조던 브랜드 역시 10%대 중반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경영진은 이를 두고 수익성이 낮은 유통망을 끊고 과도한 할인을 줄여 제값을 받기 위한 이른바 '마켓플레이스 리셋'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에 물량이 너무 많이 풀렸던 인기 모델 덩크(Dunk) 제품의 공급을 50%나 의도적으로 줄이면서 약 2억 달러의 매출 감소를 스스로 감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된 신발 재고가 예상보다 팔리지 않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유통 채널 축소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수요 자체가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가이던스 참사'
긍정적인 EPS에도 주가가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은 향후 실적 전망을 나타내는 가이던스에 있었다. 나이키가 제시한 회계연도 2027년 연간 조정 EPS 가이던스는 1.15~1.35달러 수준이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69달러의 약 70%에 불과한 수치다. 사실상 실적 추정치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수준의 충격이다.
매출 역시 시장은 2%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으나, 회사 측은 한자릿수 후반대의 감소를 예고했다. 영업이익은 매출보다 더 큰 폭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매출이 줄어들더라도 임대료나 인건비처럼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그대로 남아있어 이익을 갉아먹는 '고정비 디레버리지' 현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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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가이던스를 발표하면서 "하반기에는 중국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가정을 공식적으로 깔아뒀다.
▲ 비용은 먼저, 효과는 나중에…구조조정의 딜레마
나이키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Pace'라는 이름의 운영모델 개편 프로그램을 꺼내들었다. 글로벌 조직을 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중화권,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등 3개 거점 지역으로 재편하고, 인도에 새로운 인프라 거점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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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용 지출과 효과 발생 시점 간의 시차다. 회계연도 2031년까지 약 25억 달러의 대규모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겠다는 목표지만, 이를 위한 세전 구조조정 비용 10억 달러는 당장 올해부터 지출된다.
반면 의미 있는 절감 효과는 2029~2030년에나 본격적으로 나타날 예정이다. 나이키의 실적이 바닥을 치고 안정화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최소 2~3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경영진은 11월 16~17일 양일간 열리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아직 미공개 상태인 감원 규모와 새로운 조직 구조 등을 상세히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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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나이키의 실적 부진과 중화권 매출의 급감은 한국 주식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시장의 소비 침체가 나이키의 실적을 통해 숫자로 명확히 확인된 만큼,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 의류, 면세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교차 점검이 필요해졌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다만, 나이키의 신발 생산을 전담하는 태광실업과 창신INC 등 국내 기업들은 모두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국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충격파는 없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화승엔터프라이즈(아디다스 담당), 영원무역(노스페이스·룰루레몬 담당) 등은 주요 고객사가 다르다.
결국 나이키의 부진이 스포츠웨어 업황 전체의 침체인지, 아니면 경쟁 브랜드들의 반사이익 기회인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또한 나이키가 지정학적 위험 분산을 위해 인도에 생산 거점을 신설하기로 한 움직임은 향후 국내 OEM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