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천절은 단군 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것을 기념하는 대한민국의 국경일이다. ‘개천(開天)’은 하늘이 열렸다는 뜻으로, 『삼국유사』 등에 전해지는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하여, 국가의 건국을 기리는 날이자, 우리 민족의 기원과 전통을 되새기는 뜻깊은 날이다.
예로부터 10월은 ‘상달(上月)’이라 불리며 한 해의 농사를 마치고 거둔 햇곡식으로 제사를 올리고 풍요에 감사하며 하늘에 제를 지내는 달로 여겨졌다. 선조들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기원하며 새로운 계절을 준비했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내며 내일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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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이 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이다.
“사람이 되려면 100일간 쑥과 마늘만을 먹고 햇빛을 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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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호랑이는 같은 조건에서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동굴에 들어가 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만 먹었던 곰은 끝까지 견뎌내 마침내 인간이 되었고, 반면 동굴을 떠났던 호랑이는 인간이 된 웅녀를 보며 자신의 끈기 부족에 한탄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저마다의 동굴 안에서 하루를 살아간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애쓰기도 하고, 때로는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다음 날을 맞이하며 일상을 이어 가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낸 시간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지 않더라도 어느덧 새로운 내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품은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해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블랙코미디와 언어유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과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관객에게 웃음을 건넨다.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어느 한편에서는 끝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이 언제나 한가지 모습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바로 그 모순된 마음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삶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삶은 거창한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위해 다음 장면으로 이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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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2008년 5월 초연 이후 18년간 관객과 만나고 있는 대학로 장기 공연 작품이다. 현재 지인시어터(구 알과핵소극장)에서 오픈런 형태로 공연 중이며, 누적 관객 450만 명을 기록하며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다.
관객참여형 연극이라는 형식은 〈죽여주는 이야기〉의 특징이다. 정해진 대사와 장면만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의 반응과 현장의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매회 다른 공연의 호흡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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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 동굴 속에서 새로운 삶을 기다렸던 곰의 시간과, 한 해의 풍요를 위해 땅을 일구었던 사람들의 시간, 그리고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의 시간. 시대와 모습은 달라졌지만, 살아가기 위해 시간을 견디고 다음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이들의 삶은 맞닿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오늘을 버텨내는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남긴 이야기와 지혜가 오늘의 우리에게 닿았듯, 우리가 오늘 살아낸 시간 역시 언젠가는 다음 사람의 삶을 이루는 무엇인가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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