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 사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 작은 부상에도 오랜 기간 치료를 받는 소위 '나이롱 환자'들을 향해 칼을 빼 들었습니다.
ADVERTISEMENT
큰 부상이 아닌 경상 환자의 경우 8주 이상 병원 치료를 받으려면 추가 심사를 받도록 하는 '8주룰'이 다음 달 시행될 예정인데요.
무분별한 과잉 치료와 일부 가입자들의 의료 쇼핑을 막아 자동차 보험 누수를 잡겠다는 건데, 제도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지, 또 실제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수는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ADVERTISEMENT
정치경제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우선 '8주룰'이 도입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달라지는 것인지부터 짚어보죠?
<기자>
앞으로 자동차 사고 부상 등급이 12급, 13급, 14급인 환자가 8주 이상 병원 치료를 받으려면 공공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자동차 사고 부상 등급은 가장 큰 피해인 1등급부터 시작해 전체 14등급까지 나뉘는데요.
ADVERTISEMENT
상해등급 12급에서 14급까지는 보통 염좌나 타박상 등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치료 기간이 8주로 정해진 건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90%가 8주 안에 치료를 마쳤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정해졌습니다.
ADVERTISEMENT
심의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자동차 손해 배상 보장 진흥원이 맡는데요.
보험회사나 민간 기관이 심사를 맡을 경우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정해졌습니다.
ADVERTISEMENT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자동차 손해 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데요.
지난해 발표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 중 하나인데, 8주룰은 9월 10일로, 국무회의 의결·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입니다.
<앵커>
당초 8주룰은 올해 초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한의사들과 환자 단체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었죠. 그럼에도 정부 차원에서 재추진에 나선 배경은 뭘까요?
<기자>
국토부는 국민들의 자동차 보험료는 낮추고, 고질적인 문제인 과잉 진료와 가짜 입원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 8주룰을 추진합니다.
소위 나이롱 환자들이 타 가는 보험료가 늘어날수록, 애꿎은 일반 가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판단이죠.
보험 회사들이 전체 손해율을 바탕으로 새로운 보험료를 계산하는 만큼 일부 병원과 환자들을 통해 새어나가는 돈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도마 위에 오른 건 한방병원인데, 과잉치료와 의료쇼핑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이 지출한 한방병원 경상환자 인당 치료비는 108만 원으로 양방병원의 세 배가 넘었는데요.
환자 증상과 무관하게 6가지 이상의 시술을 함께 시행하는 '세트청구'가 전형적인 과잉치료로 지목됩니다.
이 결과 최근 5년간 양방병원 환자 한 명 당 치료비가 5% 증가하는 동안, 한방병원은 26% 넘게 폭증했고요.
5년 만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도 올해 연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누수로 인한 보험료 인상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앵커>
이번 제도 개편이 실제 자동차 보험 손해율을 낮춘다든지, 보험료가 내려간다든지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8주 룰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자동차보험료를 약 3%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환자 단체는 보험 손해율 악화의 원인은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요.
외제 차와 고가 차량을 중심으로 부품 교환으로 인한 수리비가 늘어난 탓이라는 거죠.
현재 자동차 보험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하는데, 당장 2014년 이후 그대로인 자동차 사고 상해 등급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꼬집습니다.
더구나 사고 상해 등급을 보험사가 결정하는 상황에서, 추가 치료 심사 여부를 공공 기관이 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개편이 환자 개인에게, 나아가 건강보험 재정에 비용을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기존 자동차 보험을 바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환자가 8주 이후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민간 보험 대신 공공 보험을 이용하게 될 거란 주장입니다.
이 같은 반발에도 정부가 자동차 보험 개편의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이번 개편이 보험사들의 손해율과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