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와 경기침체 대한 불안을 덜어내며 강한 반등을 보였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술주가 강세를 이끌었고, 스타벅스는 최고경영자 경질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현지시간 1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0.04포인트, 1.68% 뛴 5,434.43까지 올라섰다. 나스닥도 매그니피센트7 대형 기술주 강세로 407포인트, 2.43% 뛴 1만 7,187.61로 지난주 하락분을 모두 만회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408.63포인트, 1.04% 오른 3만 9,765.64로 장을 마감했다. 소형주로 구성되어 있는 러셀2000 지수도 1.85% 상승을 보였다.
● 기술주 살린 물가지표..인플레 둔화 가속
이날 기술주 부활을 이끈 건 생산자 물가지수 하락으로 인해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 지수는 전월 대비 0.1% 상승해 월가 컨센서스인 0.2%를 밑돌았다. 12개월 전과 비교하면 2.2% 상승에 그쳐 전월 2.7%는 물론 월가 예상치 2.3%보다도 낮았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생산업자들이 받은 도매 가격으로 인플레이션 선행 지표의 성격을 갖고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는 보합에 그쳤는데, 이는 컨센서스인 0.2%, 전월 기록 0.3%를 크게 밑도는 기록이다.
최종 수요에서 상품 가격이 0.6% 올라 지난 2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고, 휘발유 가격이 2.8% 뛰는 등 에너지 가격은 1.9% 상승을 보였다. 반면 교역 서비스 물가는 -1.3% 감소로 전환했고, 차량·기계 도매 마진이 -4.1% 빠져 생산자 물가 상승폭을 줄였다.
예상보다 낮은 생산자물가로 인해 하루 뒤에 나올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안도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개장 이후 하락폭을 키워 6.2bp 내린 3.847%를 기록했다. 연방기금금리 변동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7.9bp 하락한 3.936%로 다시 4%선이 깨졌다.
현지시간 14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전월대비 0.2%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0.16%, 연간 3.2% 수준으로 시장 예상에 부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집계한 10개 기관의 전망치 평균은 헤드라인 기준 0.2%,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0.19%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기록한 -0.1%, 근원 0.1% 보다 높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목표로한 물가 둔화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치다. 한편 이날 전미소상공인연맹의 7월 경기낙관지수도 93.7포인트로 월가 컨센서스 91.5를 상회하며 고금리로 인한 침체 불안감을 덜어냈다.
이날 오후에는 아프리칸-아메리칸 경제 콘퍼런스에서 발언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의 발언으로 시장의 안도 랠리가 무르익었다. 보스틱 총재는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우려할 점이 없는 수준의 모멘텀이 경제에 충분이 있다"면서 "내 전망에 경기침체는 없다"고 밝혔다. 보스틱 총재는 "경영자들이 많은 해고를 계획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고용 악화로 인한 침체 우려를 일축했다. 보스틱 총재는 약간의 지표를 더 확인하고 싶다면서도 "(금리인하가) 다가오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 스타벅스 최고경영자 전격 경질..치폴레 키운 스타 CEO 영입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스타벅스가 락스만 나라심한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경질했다. 새로운 최고경영자는 치폴레 멕시칸그릴을 이끈 브라이언 니콜이 맡게 됐다. 스타벅스가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소식을 공개한 뒤 개장전부터 16% 강세를 보인 주가는 이날 하루 24.5% 뛰었고, 최고경영자를 뺏긴 치폴레 주가는 -7.5% 약세를 보였다.
맥킨지 컨설팅, 레킷 벤키저, 펩시코를 거쳐 스타벅스 첫 외부 경영자로 영입됐던 락스만 나라심한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스타벅스는 팬데믹 이후 미국과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부진으로 지난 분기까지 동일매장 매출이 3% 감소했고, 연간 매출 전망치를 두 차례 연속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실적 부진 속에 지난 분기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이번 분기 스타보드 밸류 등 행동주의 펀드 등이 개입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압력을 받아왔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멜로디 홉슨은 "몇 달간 리더십 교체를 논의해왔다"며 "브라이언 니콜은 치폴레 뿐만 아니라 피자헛, 타코벨 등 업계를 잘 아는 리더"라고 평가했다.
2018년 식중독 사태로 고전하던 치폴레의 최고경영자를 맡아 재임기간 회사 주가를 770% 올린 브라이언 니콜은 오는 9월 9일부터 스타벅스의 6번째 최고경영자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스타벅스는 브라이언 니콜이 자리를 옮기는 한 달 간 최고재무책임자(CFO) 레이첼 루게리에게 임시 경영을 맡겼다. 이런 가운데 스타벅스에 경영자를 내놓게 된 치폴레는 스콧 보트라이트 최고운영책임을 임시 경영자로 세우고, 잭 하퉁 CFO가 퇴임을 미루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관련 업계 1위인 치폴레가 예상 밖 상황에 놓이면서 경쟁사인 카바 주가가 약 5%, 스윗그린은 0.6% 상승을 보였다.
한편 소매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내놓은 홈디포는 부진한 매출 전망치를 내놓아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홈디포가 기록한 2분기 매출액은 약 432억 달러로 컨센서스인 43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동일매장매출은 3.3% 감소했다. 동일매장 매출은 새로 개점하거나 폐점한 곳을 빼고 12개월간 영업을 유지한 조건의 매장 매출을 비교한 것으로 예상치는 2.1% 감소였다.
홈디포는 연간 주당순익 전망치도 전년대비 2~4% 감소할 것으로 이전 1% 수준에서 낮췄고, 동일 매장 매출의 연간 증감폭도 3~4% 감소로 내렸다. 주방과 욕실, 조명, 바닥재 등 비용이 크게 드는 프로젝트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체 매출 성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테드 데커 최고경영자는 "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수요의 광범위한 압박이 있다"며 주택 경기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여파에 모레 실적을 내놓을 예정인 월마트가 이날 0.83% 하락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나이키, 아디다스를 위협하는 스위스 스포츠기업인 온 홀딩스는 고공행진하던 실적이 다소 주춤하며 개장 직후 주가가 큰 변동을 보였다. 2븐기 순 매출은 5억 6,770만 스위스 프랑으로 전년대비 27.8% 증가했지만, 조정 주당순익은 0.14프랑으로 예상치 0.15프랑보다 낮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에서 73.7%로 강한 성장을 보였고, 북미 24.8%, 유럽은 21.8% 매출 증가를 보였다. 다소 혼합된 실적에도 온홀딩스는 이날 4.3% 상승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