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TDF(Target Date fund·타겟데이트펀드)를 자체 운용하고 있는 흐름과 반대로, JP모건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 한화자산운용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한화운용은 지난해 고용노농부의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사전 지정 운용제도) 최종 승인 과정에서 총 20개의 퇴직연금사업자, 37개 상품에 선정돼 TDF 기준 2위를 기록하며 펀드 규모 대비 '깜짝 성과'를 거둔 바 있다.
1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화운용은 최근 한화 TDF 브랜드인 'Lifeplus TDF' 운용에서 JP모건과의 협업 관계를 보다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분야 세계 선두급 하우스인 JP모건만의 글로벌 리서치 능력과 자산 배분 역량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화운용과 JP모건의 인연은 지난 2018년부터 이어져왔다. 한화운용은 당시 글로벌 상품 라인업 강화를 목적으로 JP모건자산운용코리아의 펀드사업 자산을 인수한 바 있다. 당시 JP모건자산운용코리아의 공모펀드는 대부분 위탁 재간접형이어서, 합병 이후에도 JP모건자산운용의 해외 계열사들이 운용을 이어갔다. 한화운용은 국내에서의 펀드관리와 고객서비스를 책임져왔다.
다만 한화운용은 TDF의 경우, JP모건의 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들여오지 않고 자문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펀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으로부터 투자자문을 받아 한화운용이 운용하는 형태다. 한화운용은 TDF 출시 당시, 한국인 생애주기 데이터와 장기 금융 시장 전망을 고려해 JP모건과 함께 1년 동안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를 설계한 바 있다. 글라이드 패스는 생애주기에 맞게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을 조정하는 장치로, TDF의 성과를 가르는 핵심적인 척도다. 한국인의 소득, 근로 기간, 공적 연금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내에 최적화된 글라이드 패스 구현을 목표로 했다.
JP모건은 TDF의 기반이 되는 멀티에셋 전략을 50년 이상 운용해 온 경력을 갖추고 있다. JP모건 멀티에셋팀은 약 105명 가량의 운용전문인력을 갖추고 2550억달러(약 341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20명이 TDF 연금자산운용을 전담한다. 해당 TDF(Smart Retirement Funds)는 총 10개의 빈티지 중 8개가 미국 내 피어그룹에서 상위 25% 안에 드는 등 중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은행인 JP모건 체이스 뱅크 고객들의 실제 퇴직생활·계획과 거래 고객들의 예금·지출 행태를 고려한 글라이드 패스, 자산배분, 리스크 관리, 하위펀드 선정 등을 녹여낸 결과다.
한화자산운용의 'Llifpuls TDF' 역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45년 은퇴를 목표로 투자하는 'Llifpuls TDF'의 '2045' 빈티지는 지난 6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 12~13%대(출처:Fundsquare)를 기록해, 타 운용사의 상품을 모두 포함한 '2045' 빈티지의 TDF 상품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 단위 환산 시 18%~19%대로 집계된다.
차덕영 한화자산운용 연금솔루션사업본부장은 "JP모건은 매년 3억 2,100만 달러 (한화 약 4,250억)에 달하는 투자를 리서치에 집중하며 전 세계적인 투자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JP모건과의 협업을 통해 한화 'Lifeplus TDF'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원하며, 우수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연금자산은 올 1분기 말 기준 10조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TDF 시장 규모는 11조원을 기록했고, 이 중 TDF로 운용되는 연금자산 규모가 92.3%를 차지해 10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TDF가 국내에 최초로 출시된 2016년 이후 7년 만으로, 연금 시장을 중심으로 TDF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