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이스라엘간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한 협상에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 9일 보도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대한 양보와 미국의 안전보장, 우라늄 농축 등 민간 핵 지원 문제 해결을 대가로 사우디-이스라엘 두 나라간 외교관계 복원에 나서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당국자들이 "앞으로 9개월에서 12개월 세부 사항에 대해 합의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동 내 종교와 정치적 반목을 거듭한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서로를 인정하게 되면 지역내 새로운 평화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설득하기 위해 지난 달 제이크 설리반 미 국가안보 보좌관을 두 달 만에 재파견해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현재 미국과 사우디 협상팀은 사우디의 민간 분야 원자력 우라늄 농축과 기술 지원 문제와 미국의 완전한 안전 보장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 기술기업 화웨이의 진출 제한과 석유 판매 기준 통화를 위안화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이스라엘간 관계 정상화까지 민감한 과제를 해결해야하는데다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최종 타결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협상에 합의돈 부분도, 다른 우방국에 대한 고려사항을 성문화할 프레임 워크도 없다"고 밝혔다.
사우디 역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 합의를 서두르지 않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경쟁자이면서 같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 튀르키예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라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위해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역내 반대파를 의식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적당한 선에서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사우디의 핵 개발 프로그램이 허용될 경우 지역내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스저널은 또 이번 사안에 최종 관문인 미국 의회 역시 사우디 실권을 쥔 빈 살만 왕세자의 인권 문제 등으로 반대파가 많다는 우려를 전했다. 거래 사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따라 세부 검토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