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이 도피생활 중 지난해 숨졌다는 내용의 사망증명서를 검찰이 확보했다. 사망이 공식 확인되면 2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세금 체납액이 그대로 소멸하게 돼 세수징수에 큰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정태수 아들 한근씨가 송환 과정에서 파나마 당국에 압수당한 여행용 가방 등 소지품을 전날 외교행낭을 통해 건네받았다.
한근씨는 에콰도르 당국이 발급한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위조 여권, 화장된 유골함 등을 정 전 회장의 사망·장례 증거로 제시했다. 사망증명서에는 정 전 회장의 위조 여권에 기재된 이름과 같은 인물이 2018년 12월1일 에콰도르에서 심정지로 숨졌다고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수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대학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2007년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해 12년째 도피생활을 해왔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카자흐스탄을 거쳐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한 사실을 확인하고, 두 나라에 범죄인인도를 요청해놓은 상태였다.
한근씨는 지난 22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부친이 지난해 숨졌고 임종을 지켰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근씨가 2017년 7월부터 거주한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정 전 회장과 함께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보고 에콰도르 당국에 증명서의 진위 확인을 요청하기로 했다.
만약 정태수 전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그가 체납한 세금 환수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정 전 회장은 증여세 등 73건의 국세 2천225억2천700만원을 내지 않아 고액 체납자 1위에 올라 있다.
검찰은 한근씨가 1997년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회사 자금 3천270만 달러(당시 한화 320억원)의 행방을 단초로 정 전 회장 일가의 은닉재산을 추적할 방침이다. 한근씨는 293억8천800만원, 셋째 아들인 정보근 전 한보철강공업 대표는 644억6천700만원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다.
정태수 전 회장 사망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