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이 일단 한국은행 금고를 빠져나가면 상당수가 좀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화폐 잔액(기념화폐 제외)은 70조4,96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조3,298억원(1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5만원권이 1년 전보다 9조8,933어원(26.1%)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다.
1만원권의 유통 잔액 증가규모는 같은 기간에 1조1,202억원(6.7%), 5천원권은 1,451억원(12.9%),
1천원권은 982억원(7.3%) 등이었으나 5만원권은 증가액뿐만 아니라 증가율도 두드러지게 높다.
결국 5만원권 중 상당 물량은 한은 금고를 빠져나가면 종적을 감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올해 1∼8월 5만원권의 환수율은 22.7%로, 작년 동기(5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1만원권의 환수율은 100%를 넘고 5천원권은 74.2%, 1천원권은 80.3%인 점과 너무나 다르다.
이와 관련,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액권 중심의 화폐 수요 증가가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 3월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 지하경제는 분석이 어려운 만큼 과학적인 원인만 본 평가라는 전제를 달아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화되고 저금리로 화폐 보유성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난해부터 환수율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5만원권 증가의 배경에는 세금을 피하려는 지하경제 수요가 적잖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5만원권의 연간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서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지난해 48.6%로 뚝 떨어졌다.
각종 뇌물 사건이 터질 때마다 5만원권은 단골로 등장,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는 형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