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생성형AI
"부장급 두 분이 정년 퇴임 이후 3년째 촉탁직으로 회사에 남아 있습니다. 당사자는 다른 일을 찾을 필요가 없고, 회사는 거래처와의 관계나 노하우를 유지할 수 있다 보니 모두 '윈-윈'입니다. 매년 재계약을 하다 보니 더 열심히 하셔서 업무 성과가 떨어졌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중소기업 대표 A씨)
"인력이 부족한 판에 전문성까지 갖춘 정년퇴직자는 쓰지 말래도 쓸 수 밖에 없죠."(인력파견업체 부대표 B씨)ADVERTISEMENT
"국민연금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라고 하는데, 국민연금도 솔직히 얼마 안 되잖아요. 임금이 깎여도 익숙한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이득입니다."(64세 중견기업 직원 C씨)
재고용제를 운영하는 기업의 97.3%는 제도가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다만 모든 퇴직자를 다시 고용하기보다는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선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며, 임금을 조정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기업의 인력 수요와 숙련 활용 전략에 따라 '정년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재고용제도 확산의 성과와 한계' 보고서를 발간했다. 종사자 규모 10인 이상 사업체 451곳과 재고용 근로자 167명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는 정년제와 정년 후 재고용제를 운영하고 최근 5년 내 실제 재고용 사례가 있는 6개 업종 사업체를 대상으로 2025년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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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재고용제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숙련과 경험을 가진 인력의 지속적 활용’(63.9%)이었다. 신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16.0%, 숙련 기술과 노하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10.9%였다.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꼽은 기업은 1.3%에 그쳤다. 재고용을 비용 절감 수단보다는 기존 인력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하는 수단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 기업의 97.3%는 재고용제가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재고용으로 얻은 효과로는 숙련·경험이 풍부한 인력 활용(62.3%)이 가장 많았다. 신규 인력 교육·훈련 비용 절감(18.0%), 인력 수급 안정성 확보(8.9%)가 뒤를 이었다.
재고용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도 숙련·전문성 수준(42.6%)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정 직무의 필요성(15.4%), 업무성과(13.7%)가 뒤를 이었다. 근로자의 계속근로 의사와 희망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재고용은 필요한 인력을 골라 다시 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선별적'으로 재고용한다는 기업이 41.2%로 가장 많았다. 보편적 재고용과 선별적 재고용을 혼합해 운영하는 기업은 37.9%, 희망자 전원을 원칙적으로 재고용하는 기업은 20.8%였다. 재고용 근로자의 계약 형태는 퇴직 후 재고용을 뜻하는 '촉탁직'이 66.5%로 가장 많았고 '기간제 계약직'이 9.1%였다. 두 형태를 합치면 75.6%다. 정규직은 11.1%, 무기계약직은 8.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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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용 이후에도 상당수 근로자는 기존 업무를 이어갔다. 사업체 조사에서 재고용 근로자를 정년 전과 동일한 직무에 배치한다는 응답은 90.2%였다. 재고용 근로자 조사에서는 89.8%가 퇴직 전과 같은 근로시간을 유지했다고 답했다. 재고용 근로자의 59.3%는 후배 직원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나 교육자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임금은 재고용 과정에서 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조사 대상 사업체 451곳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곳은 79곳(17.5%)이었다. 이들 기업 중 재고용 후에도 기존 임금피크제 적용 임금과 같은 수준을 지급한 곳은 46.8%에 그쳤고, 나머지 53.2%는 이미 삭감된 임금보다 더 낮은 수준을 지급했다. 임금피크제를 운영하지 않는 기업에서는 77.6%가 정년퇴직 전 임금을 유지했지만, 22.4%는 재고용 과정에서 임금을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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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용 운영 기준은 여전히 미흡했다. 별도 규정이나 지침을 마련한 사업체는 53.2%였고, 나머지 46.8%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재고용 운영과 관련해 노사협의나 단체교섭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66.7%에 달했다. 특히 10~29인 사업체에서는 노사협의를 하지 않는 비율이 80.0%였다.
보고서는 계속고용 정책이 재고용 인원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고용 근로자가 기존 직무와 경험을 활용하는 만큼 직무와 역할, 근로시간, 업무량과 책임에 맞는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고용 대상과 임금 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운영 절차를 표준화하는 한편, 노사협의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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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