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텍사스에서 38년 만에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하면서 1989년생 정치인 제임스 탈라리코(37)가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지원을 받은 공화당 거물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2028년 미국 대선 판도를 바꿀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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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외신 등에 따르면 탈라리코는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을 누르고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텍사스에서 민주당 후보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승리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이다.
텍사스는 미국 보수 진영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도 2024년 대선 당시 이 지역에서 약 14%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을 꺾으면서 미국 정치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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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라리코는 당선 직후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방금 텍사스를 되찾았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등 거물급 인사들을 성경 속 거인 '골리앗'에 비유하면서 "우리가 골리앗을 물리쳤다"고 외치기도 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탈라리코의 이력이다. 1989년생인 그는 정치인이 되기 전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으며 장로교 신학을 공부했다. 2018년 텍사스주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정치적 입지를 넓혀왔다.
탈라리코는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정치 활동의 중요한 기반으로 삼고 있다. 기독교적 가치인 사랑과 포용,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면서 보수 성향이 강한 텍사스 유권자들에게도 접근해왔다.
특히 기독교 신앙을 특정 정치세력의 권력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독교 민족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바탕으로 보수 진영과 차별화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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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는 생활비 부담과 정치권 부패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념적 대립보다는 물가와 주거비 등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경제 문제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공화당 후보인 팩스턴을 둘러싼 각종 논란도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와의 대결은 탈라리코의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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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텍사스주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데 약 2억24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입했다. 이 가운데 상당 규모가 팩스턴과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선거를 돕는 데 사용됐다.
머스크는 선거운동 기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탈라리코가 자녀의 성전환을 부추기고 국경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주장하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탈라리코를 꼭두각시라고 지칭하거나 미국 민주주의를 폐지하려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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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거 결과는 머스크의 기대와 달랐다. 탈라리코는 팩스턴을 꺾고 상원 입성에 성공했으며, 민주당은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탈라리코는 선거 직후 머스크에게 오히려 협력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4일 CNN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전화를 걸어오면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앞서 말했듯이 나는 누구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치에서 거액의 자금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나라에서 어떤 억만장자도, 어떤 조만장자도 우리의 선거를 돈으로 살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 NBC 인터뷰에서는 "나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훌륭한 기업 경영자이자 사업가이며 혁신가다. 나는 그가 그런 일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가 텍사스주 상원 의석을 돈으로 사려고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가 자신의 부를 이용해 우리의 정치 체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바로 그 지점이 내가 용납할 수 없는 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머스크는 지난 5일 탈라리코의 발언을 소개한 엑스 게시물에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고 답글을 남겼다. 선거 기간 치열하게 대립했던 두 사람이 선거 이후에는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머스크가 정치적 타격을 입은 가운데 그가 이끄는 기업들도 중간선거 이후 주식시장에서 큰 폭의 시가총액 감소를 겪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과 텍사스 내 투자에 대한 정치·규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텍사스에는 테슬라의 대규모 자동차 공장과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시설이 있다. 머스크가 추진하는 AI·반도체 사업 역시 주정부의 인허가와 전력·용수 공급, 세제 혜택 등에 영향을 받는다.
탈라리코의 정치적 성장 가능성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일찌감치 주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를 재능 있는 젊은 정치인으로 평가했으며, 지난 5월에는 텍사스 오스틴에서 직접 만나 선거운동에 힘을 실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젊은 정치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가운데 탈라리코 역시 차세대 지도자군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5일 2028년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민주당의 차세대 정치인들을 소개하면서 탈라리코를 첫 번째로 조명했다.
탈라리코의 승리는 민주당이 오랫동안 공략하지 못했던 텍사스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젊은 나이와 교사 출신이라는 이력, 종교적 신념과 진보적 정책을 결합한 정치적 메시지 등이 기존 민주당 정치인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로 꼽힌다.
다만 이번 선거 승리만으로 그를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방 상원의원으로서의 의정 활동과 전국적인 지지 기반 확보가 향후 정치적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