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는 200조원만 투자한다고 해도 엄청난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10배가 넘어갔다. 게임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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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글로벌 경제를 '자본전쟁'으로 규정했다. AI 산업에 투입되는 자금의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면서 기업 간 경쟁의 판도는 물론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달라졌다는 진단이다. 최 회장은 "우리도 이렇게 베팅하지 않고서는 쫓아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열린 경제학부 특강에서 'AI 시대,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대한민국의 비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국내외 반도체주가 급락한 상황과 관련해 "중간선거 하나에도 시장이 와장창 반응하는 상황이 계속 생긴다"며 "롤러코스터가 계속된다는 걸 머릿속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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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과잉 유동성을 시장 변동성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주요국의 양적완화가 이어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며 시중에 더 많은 자금이 풀렸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이미 돈은 너무 많이 풀렸다"며 "AI가 돈이 된다고 하니까 너무 많이 들어갔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가 오른다고 하니까 한꺼번에 몰려가서 사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이 들어오면 혼란이 생기고 너무 많이 올라간 만큼 너무 많이 빠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AI 투자 경쟁의 규모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한 2100조원 규모의 투자 구상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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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1000조원,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에 110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는 2035년까지 여러 참여자를 통해 15GW 규모로 구축하고, 반도체 분야에서는 용인(600조원)·청주(100조원)·서남권(400조원)에 생산 기반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우리도 여기에 이렇게 베팅을 안 하고서는 쫓아갈 방법이 없다"며 "과거에는 200조원만 쓴다 해도 엄청난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의 10배가 넘어갔다. 게임의 양상이, 돈의 사이즈와 개념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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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질서의 변화도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제조를 중심으로 유지된 글로벌 분업 구조가 미·중 패권 경쟁과 기술 경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투자 요구와 중국의 기술 추격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의 대응 방향으로 네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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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해결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뉴 캐피탈리즘', AI 경쟁력을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는 'AI 네이티브 국가', 한일 경제연대를 통한 '확장 옵션', 기업 성장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특히 기업이 규제를 피하려고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는 서울대 경제학부 재학생 등 45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이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과 만난 것은 2022년 4월 이후 약 4년 반 만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