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전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병민 전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부결했다. 의결권 행사 주식 수 기준 찬성률은 45.5%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대와 기권 등을 합친 비율은 54.5%였다. 전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수 대비 찬성률은 27.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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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총 결과가 주목받는 것은 최 전 명예회장의 복귀를 회사 이사회가 추진했다는 점이다. 이사회는 오랜 기간 제지업을 경영해 온 최 전 명예회장의 경험이 주력 사업 경쟁력 회복에 필요하다는 취지로 사내이사 선임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주총에서는 과반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이동열 대표이사와 최정규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각각 99.8%의 찬성률로 통과된 것과 대조적이다.
최 전 명예회장은 1983년 부친인 고 최화식 창업주 별세 이후 회사 경영을 이어받았다. 2019년 장녀 최현수 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겼으며 2020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3월 사내이사로 복귀했지만 올해 3월 임기 만료로 다시 이사회를 떠났다. 이후 고문으로 활동하다 약 8개월 만에 이사회 복귀를 추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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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최 전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9명이 보유한 깨끗한나라 보통주 지분은 40.03%다. 여기에 단일 최대주주인 희성전자 지분 20.62%를 더하면 60.65%에 달한다. 반면 이번 주총에서 최 전 명예회장 선임안에 찬성한 주식은 전체 의결권의 27.6%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최 전 명예회장 측 특수관계인 중에서 선임안에 찬성하지 않은 주주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개별 주주의 의결권 행사 내역도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현수 회장 측과 최 전 명예회장의 부인 구미정씨 등이 복귀에 반대했을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깨끗한나라의 지분 구조는 과거 경영권 변동 과정에서 형성됐다. 최 전 명예회장은 2009년 경영난으로 범LG가인 희성전자에 지분과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2014년 희성전자가 보유 지분 상당 부분을 최 전 명예회장의 자녀들에게 매각하면서 창업주 일가가 경영 주도권을 다시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셋째이자 장남인 최정규 COO가 세 자녀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 최정규 COO의 지분율은 16.12%로 오너 일가 중 가장 높다. 장녀 최현수 회장과 차녀 최윤수 보노아 부사장은 각각 7.70%를 보유하고 있다. 최 전 명예회장과 부인 구미정씨의 지분율은 각각 3.46%, 4.96%다. 희성전자는 구미정씨의 오빠인 구본능 회장이 이끄는 희성그룹 계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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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은 아들에게 가장 많이 배분됐지만 실제 경영을 장녀가 주도했다. 2006년 깨끗한나라에 입사한 최현수 회장은 마케팅과 생활용품 사업을 담당하다 2019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남동생 최정규 COO도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오너 3세 경영 체제가 구축됐다. 최현수 회장의 지분은 7.70%에 불과해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경영 관련 안건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최근에는 차녀 최윤수 부사장 측과 관련한 인사 변화도 있었다. 최 부사장의 남편이자 깨끗한나라 홈앤라이프(HL)사업부장을 맡았던 하보영 상무가 지난달 퇴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LG생활건강과 코스맥스 출신인 하 전 상무는 깨끗한나라 마케팅실장을 거쳐 화장지·생리대·물티슈 등을 담당하는 HL사업부장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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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체제 역시 최근 1년 사이 여러 차례 변경됐다. 최현수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직에 오르면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고 이동열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지난 8월 11일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이후 85일 만인 지난 4일 이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 최 회장 단독대표 체제가 됐다.
경영진 재편과 함께 실적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깨끗한나라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결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023년 189억원에서 2024년 9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226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각각 5149억원, 5370억원, 508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도 475억원에 달했다. 원재료 가격 변동과 제지 업황 둔화, 생활용품 시장의 경쟁 심화 등이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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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라는 기존 제지·생활용품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세탁용 캡슐세제와 식기세척기 세제를 출시하며 세제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동물 브랜드 포포몽을 통해 펫푸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청주공장에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해 에너지 비용 절감에 나섰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