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사마 야요이와 나라 요시토모, 무라카미 다카시의 뒤를 이을 일본 미술의 '차세대 스타'는 누굴까.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가 지금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유이치 히라코(44)다.
ADVERTISEMENT
히라코가 나무를 의인화해 만든 캐릭터 '트리맨'은 대중과 미술계에서 두루 사랑받고 있다. 지난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바젤 '언리미티드' 전시에서는 트리맨 조각 304점을 세운 설치 작품을 선보였고,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프리즈 런던에서도 그의 작품을 내세운 부스들이 큰 관심을 끌었다.
갤러리바톤에서 연 이번 전시 제목은 '포스트포레스트(POSTFOREST)'다. 가로 3m가 넘는 회화 '로스트 인 소트 262(Lost in Thought 262)'가 눈길을 끈다. 트리맨 셋이 숲을 향해 뒷모습으로 서 있고, 식물들이 노랑·파랑·분홍빛 화분과 꽃병에 담겨 있다.
ADVERTISEMENT

공중에 매달린 트리맨도 있다. '노랜드 02(Noland 02)'에서는 트리맨들의 머리와 몸통, 신발 사이를 조금씩 띄워 천장에서 내린 가는 줄에 달았다. 집과 자동차처럼 사람이 만든 물건도 고양이와 함께 떠 있다. 아기 침대 위 모빌을 가로 6m로 키운 모습이다. 관객이 숲을 지나는 것처럼 걸어가면서 작품을 볼 수 있게 했다는 게 갤러리의 설명이다. 작가는 "이런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오카야마현 시골에서 자란 히라코에게 자연은 친숙한 존재였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마치고 유학을 간 런던의 자연은 달랐다. 시가 철저히 관리하는 공원과 가로수가 이 도시의 '통제된 자연'이었다. '이런 식물들을 자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면서 사람과 식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그 결과 식물과 사람을 한 몸에 합친 트리맨을 만들었다. 그에게 트리맨은 현대사회에서 식물과 더불어 사는 인간들의 또다른 모습이다.
ADVERTISEMENT
작가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라며 "인간과 식물의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며 '포스트(이후)포레스트'라는 전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