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가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배급사 액티비전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문제가 된 영상을 11월 12일 업데이트에서 전면 삭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를 전한다는 말도 함께 나왔습니다.문제의 장면의 길이는 3초입니다. 북한의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가상 설정에서 민간인 피해를 전하는 뉴스 화면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쓰러진 시민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실제 방송 자료가 쓰였습니다. 지난 27일 언론보도로 알려졌고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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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게임사가 사과한 건 꽤 이례적입니다. 북한의 남침을 소재로 삼은 것 자체가 출시 전부터 시끄러웠는데도 액티비전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첫 문제 제기 사흘 만에 움직였습니다. 참사 4주기였던 29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이 일을 2차 가해로 규정하고 적절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심각성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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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이 현실을 빌려 오다 탈이 난 건 처음이 아닙니다. 2009년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 2’는 테러 조직의 일원이 돼 모스크바 공항에서 민간인을 쏘는 ‘노 러시안’ 미션으로 영국 정치권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2023년 ‘식스 데이즈 인 팔루자’는 2004년 이라크 팔루자 전투를 재현했다가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반발을 샀습니다. 다만 이들은 모두 가상의 사건이었습니다. 실제 참사의 영상이 그대로 들어간 이번 일은 결이 다릅니다.
액티비전이 사과하며 사태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드나 했으나 새 쟁점이 부상했습니다. 윤 장관의 제재 언급이 나오자 이번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쪽에서 반발이 터졌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문제 되는 장면은 수정을 요구하면 된다”며 “원천적으로 게임을 차단하는 것은 헌법상 금지되는 검열”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23일 국정감사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정부는 게임에 대해 사전 검열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삭제를 요구한 한국게임이용자협회조차 이 일이 게임 전반에 대한 검열로 번져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검열과 등급 문제는 게임 산업에 늘 따라붙는 문제입니다. 특히 11월 19일 출시를 앞둔 초대형 게임 ‘GTA(Grand Theft Auto) 6’는 지난 16일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고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강도 높은 폭력과 약물, 성적 묘사가 담겼지만 수정 없이 넘어간 겁니다. 반면 2001년 출시된 GTA 3는 당시 높은 폭력성과 범죄 묘사로 인해 국가별 검열 및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번 GTA6 등급 분류를 앞두고 이 게임 만을 기다린 수많은 게임 팬들이 원작이 수정되거나 아예 출시가 보류될까 노심초사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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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기자 h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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