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어릴 적 흙장난하며 부르던 이 노래가 요즘 많은 서울 구축 아파트 거주자에게 간절한 염원입니다. 서울 아파트 3채 중 1채는 이미 서른 살을 넘겼고, 신축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됐습니다. '이슬기의 새집다오'는 복잡한 재건축·재개발의 실타래를 풀고, 우리가 살고 싶은 '내일의 집'을 탐구합니다. 여러분의 '새집' 꿈이 선명해질 수 있도록 투명하고 쉽게 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지어진 지 30~40년이 지나 녹물이 나오고 주차난에 시달리는 노후 아파트가 신축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기현상에는 이른바 '몸테크'(몸+재테크)가 있습니다. 불편을 감수하고 낡은 집에서 거주하더라도 '새 아파트로의 변신'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몸값이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씩 급락하며 이런 흐름이 반전됐습니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따른 세금 부담과 가파르게 솟구치는 공사비·추가 분담금,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 본격화까지 겹치면서 사업성이 악화됐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입니다.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인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트렌드가 견고한 가운데, 몸테크 열풍은 정말 막을 내린 것일까요?
최고가 대비 24.5억원 '뚝'…하락세 심상찮은 재건축
현장에서 체감하는 재건축 단지의 가격 하락 폭은 큽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 10월 12일 31억9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최고가(38억원)와 비교하면 6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입니다.ADVERTISEMENT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압구정 일대에서는 수십억원대 하락 거래도 나왔습니다. 압구정 2구역에 속한 신현대 12차 전용 182㎡는 지난 10월 14일 88억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지난 7월 최고가(112억5000만 원)와 비교하면 불과 석 달 만에 24억5000만원 떨어진 가격입니다. 동과 층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데이터도 이러한 흐름을 입증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83% 하락했습니다. 올해 1월만 하더라도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1.31% 오르며 전체 연령별 아파트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그 흐름이 완전히 뒤집힌 것입니다.
시장에 가장 결정적인 파장을 일으킨 것은 지난 8월 발표된 정부의 '세제 개편안'입니다. 개편안에는 장기 보유한 실거주자에게 적용되던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에 한도를 신설하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2028년부터는 장특공제 한도가 20억원으로, 2029년부터는 10억원으로 축소된다는 내용입니다. 수십 년 전 수억원에 매수해 현재 집값이 수십억원씩 뛴 장기 보유자 입장에서는 장특공제 한도가 줄어들기 전인 2027년까지 집을 팔아야 할 강력한 유인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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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주인 중에는, 예를 들어 과거 3억원에 사서 현재 50억원이 됐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고령층도 많다"며 "실거주 중심의 세제 개편으로 장특공제 한도 축소와 보유세 부담이 동시에 가해지자, 보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고령층을 중심으로 물량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매물 출회가 집중되는 곳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규제의 예외 요건을 갖춘 단지들입니다. 남 연구원은 "조합설립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3년 넘게 신청하지 않아 예외적으로 양도가 자유로운 곳이나, 인가는 났지만 3년 넘게 착공을 못 한 곳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가 막히기 전에 팔려는 급매물이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공사비 솟구치며 분담금 폭탄…'재초환' 부과도 초읽기
급등하는 공사비와 이에 따른 추가 분담금 폭탄도 재건축 시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설계 변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비사업 공사비는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3년 평균 127.90에서 올해 8월 138.74로 8.5% 올랐습니다.서울시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 현황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까지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69곳에서 공사비 분쟁이 발생했으며, 분쟁 타결 후 공사비는 기존 계약보다 평균 39% 증액됐습니다.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지난 2월 3.3㎡당 공사비를 기존 678만 원에서 1128만 원으로 66.4%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공사비 증액은 조합원 분담금 급등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재건축 바로미터'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소유자가 재건축 후 동일 평형을 선택할 경우 약 4억3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 제시됐던 1억8000만원에서 불과 1년 만에 2억5000만원 늘어난 수치입니다. 여의도 목화아파트 전용 67㎡ 소유자가 전용 84㎡ 신축을 받기 위해 내야 하는 분담금 역시 2024년 5억원에서 최근 8억원으로 2년 사이 3억원 뛰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들 단지가 실제 입주까지 이어질 경우, 분담금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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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연내 본격화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 부과도 매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전국 재초환 부과 예정 단지 60여 곳 중 46곳이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1호 분담금 부과 단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서초구 반포 현대(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는 조합원 1인당 평균 1억2000만원 수준의 부담금 예상됩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매수가격 외에 공사비 분담금과 이자 비용, 재초환 부담금까지 모조리 계산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진입 장벽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몸테크'의 미래…입지별 양극화 속 반등 타이밍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몸테크 열풍'은 앞으로도 식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업성이 확보되는 일부 핵심 구역과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무산되는 구역으로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비핵심지에서는 늘어난 추가 분담금을 조합원들이 감당하기 어렵겠지만, 높은 일반분양가를 반영할 수 있는 핵심 구역은 여전히 재건축 추진 동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번 세제 개편안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건드렸기 때문에 2027년까지 세금 부담을 감내하지 못하는 매물이 나오는 것"이라며 "추가 분담금이 10억원씩 치솟는 상황에서 강북이나 비핵심 지역은 재건축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곳도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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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세제 개편안 영향으로 2027년까지는 강남권 재건축도 가격 조정을 받겠지만, 매물 소화가 일단락되는 2028년부터는 다시 상승 흐름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에게는 내년까지의 조정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 역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금이 바닥"이라며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 변동성 측면에서는 취약한 구조를 가졌지만, 다시 반등하는 것 또한 시간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이 사실상 재개발과 재건축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기와 상황의 문제일 뿐 몸테크 열풍이 끝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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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