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가 급락하면 손절해야 할까, 버텨야 할까. 더 사자니 불안하고 팔자니 손실이 아쉽다. 롤러코스터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의 굴곡을 숱하게 겪어 온 투자 구루들은 지금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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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경희대 서울캠퍼스 크라운관 대강당에서 열린 ‘경희대-한경비즈니스 인사이트 포럼’에서 연단에 오른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와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는 급락장을 기회로 볼 수 있는지, 반도체주 조정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인공지능(AI) 투자는 어디까지 확장될지 등을 짚었다. 시장을 읽어 온 두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증시 흐름을 짚고 변동성 장세의 투자 전략과 유망 업종을 살펴봤다.
◆박세익
“폭락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
코스피 적정 수준은 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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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들의 스승’, ‘여의도의 현인’으로 불리는 박세익 대표는 인피니티투자자문 등 자산운용업계에서 30년 넘게 활약한 베테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폭락장에서 “변동성은 리스크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강조하며 코스피 3000 돌파를 예측해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올해도 변동성이 커진 증시를 두고 “폭락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투자 원칙을 강조했다. 코스피의 적정 수준을 7500으로 제시한 그는 지수가 조정을 받을수록 우량주를 매수할 기회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내년 기업 이익 전망을 반영하면 현재 지수와 적정 가치 사이에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박 대표는 “코스피가 5000일 때 매수해 7500까지 회복한다면 약 5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시장이 급락할 때 공포에 휩쓸려 매도하기보다 기업의 적정 가치와 실적 전망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급락 이후 반등과 재하락이 반복되는 과정도 투자자가 이해해야 할 시장의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1987년 미국 증시의 ‘블랙먼데이’와 2016년 한국 증시의 급락 사례처럼 주가는 반등한 뒤에도 이전 저점을 다시 시험하며 투자 심리를 흔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정이 반드시 상승 추세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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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고점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면 기존 투자자들은 추가 매수, 이른바 ‘물타기’에 나선다. 하지만 하락 폭이 커지면 투자 심리가 달라진다.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반등할 때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반등이 나타나도 본전 부근에서 매도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낙폭의 절반조차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위에서 물린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반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주가가 다시 밀려 이전 저점을 시험하는 ‘쌍바닥’ 구간에 들어서면 공포는 더 커진다”면서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팔고 신용거래 물량까지 정리되면 매도 압력이 줄어드는데 이런 과정이 지나간 뒤에는 오히려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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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최근 국내 증시의 조정을 판단할 때 외국인 수급과 원·달러 환율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지면 환율 상승과 증시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외국인이 주식을 판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훼손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수는 하락하는데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원화 강세 국면에서 위기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한국 증시의 중장기 상승 동력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커지는 제조업 경쟁력을 꼽았다. 미국이 조선업 재건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조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한국은 미국의 핵심 우방이자 제조업 강국”이라며 “1980년대 미·소 패권 경쟁 속에서 일본 제조업이 부상했듯 지금은 미·중 경쟁과 미국의 공급망 재편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기회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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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엽
“AI 투자 줄이면 도태
빅테크의 생존 경쟁”
‘여의도 야전사령관’ 이선엽 대표는 시장의 방향을 읽고 투자 전략을 제시해 온 인물이다. 신한투자증권에서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과 글로벌전략 담당을 지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을 묶은 ‘태조이방원’ 전략으로 당시 증시를 주도했다.
이 대표 역시 미·중 패권 경쟁을 한국 증시의 중장기 상승 동력으로 꼽았다. 미국의 제조업 재건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단기 정책이 아니라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장기적인 시도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활용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방식은 달랐지만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는 방향은 같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70~1980년대 높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제조업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산업 기반이 약화했고, 그 결과 중산층이 위축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는 문제를 겪었다는 것이다.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제조업 기반을 회복하는 일은 미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과거에는 인건비 부담으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겼지만 AI와 로봇을 활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면 미국 내 제조업의 경쟁력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AI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AI 투자 회의론에 대해서는 시장의 우려만으로 투자 사이클이 꺾일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투자 규모를 쉽게 줄이기 어렵다”며 “경쟁사가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 기업만 지출을 줄이면 기술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를 수요와 수익성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미·중 패권 경쟁과 기업 간 생존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우려도 짚었다. 최근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대표는 개별 기업의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네오클라우드업체들의 재무 구조가 취약해 향후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4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엇갈린 행보라고 이 대표는 지적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데이터센터 수요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재무 부담은 금리뿐 아니라 담보로 잡힌 데이터센터의 가치에 달려 있다”며 “문제는 담보 가치가 떨어질 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미국 데이터센터의 담보 가치가 단기간에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수요는 계속 있는데 전력과 인허가 문제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기존 데이터센터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무 부담이 커진 기업은 대형 기업에 인수합병(M&A) 되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주 조정 속 매수 타이밍은
반도체주 향방을 두고 박 대표는 실적과 주가의 시차에 주목하며 매수 시점을 짚었고, 이 대표는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들어 시장의 ‘반도체 고점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대표는 “지금 당장 삼전닉스(삼성전자+하이닉스) 물타기에 나서기보다 내년 실적 흐름과 어닝쇼크(실적 충격) 발생 여부를 확인한 뒤 매수 시점을 검토하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 반도체 업종은 약 10개월간 조정을 거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조정이 지난 7월 시작했다고 보면 내년 5월쯤"이라며 “내년 하반기 실적 부진을 확인하더라도 주가는 그보다 앞서 움직이는 만큼 실적 악화가 가시화하는 시점에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주가의 강력한 지지선으로 18만원대를, SK하이닉스에 대해선 90만원 전후를 주가 하단으로 봤다.
이 대표는 한국 증시가 미국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는 배경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도 의구심은 있지만 한국 시장은 마치 반도체 사이클이 끝난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덜 빠지는데 한국 증시는 왜 더 크게 하락하느냐가 핵심 질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시장은 호실적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대표는 “이런 의구심이 신뢰로 바뀌는지가 중요하다”며 “최소한 4분기 실적 발표 시점은 돼야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우려와 실제 반도체 수급 상황 사이에 간극이 있을 가능성도 짚었다. 시장은 내년 이후 실적 둔화와 2028년 공급 과잉 가능성을 걱정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부 고객사는 원하는 물량의 절반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내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공급 과잉이 2028년에 올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시점이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시장이 예상하는 시점에 실적이 꺾이지 않고 공급 부족이 이어진다면 지금의 비관론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장기금리 하락이 반등 신호?
바이오·반도체 소부장 주목
미국 장기금리는 두 대표가 공통으로 주목한 변수다. 이 대표는 유가 상승에도 미국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흐름에 주목했다. 당초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해 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리가 오히려 하락한 것은 시장의 우려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서 경기 둔화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미국 경제는 소비보다 투자에 힘입어 성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소비가 둔화하더라도 AI 관련 투자가 견조하게 이어진다면 한국시장에 반드시 부정적인 상황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방향을 주식시장 반등 여부를 가늠할 지표로 제시했다.
그는 “2022년 10월 고점을 형성한 미국 10년물 금리는 연준이 이듬해 7월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안에도 하락세를 보였다”며 “기준금리 결정 자체보다 시장의 기대와 수급 등이 반영되는 장기금리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도 10월께부터 10년물 금리가 하락한다면 주식시장 반등에 필요한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금리 흐름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업종으로 박 대표는 바이오를 꼽았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성장주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어 금리 하락이 현실화할 경우 바이오주도 상승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2차전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엔터테인먼트를 추천했다.
반도체 소부장은 두 대표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짚은 분야다. 박 대표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증설에 따른 고객사 다변화와 협상력 강화에 주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중국 기업으로 거래처를 넓히면 납품 단가 협상에서도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기업들의 증설에 따른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해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면 관련 장비·소재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안정성 확보 수요가 커지면서 ESS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