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처음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 매출과 수율 안정화를 동시에 끌어올릴 경우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반도체·AI 등 주요 산업의 기업 분석과 목표주가·투자의견을 제시하는 미국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최근 삼성전자의 3분기 HBM 매출을 87억달러(약 11조5000억원)로 추정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33% 증가한 규모다.
ADVERTISEMENT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76억달러(약 10조원)로, 전분기 대비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번스타인의 추정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HBM 매출에서 처음으로 SK하이닉스를 앞설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 수치는 번스타인이 지역별 HBM 수출 통계를 활용한 추정치다.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HBM4 공급 확대에 따라 글로벌 HBM 시장에서 입지가 한층 커질 전망이다. HBM4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에 3분기부터 탑재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BM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됐다.
ADVERTISEMENT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성공하고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해 HBM4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해 내년까지는 HBM4가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HBM4 출하 확대는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HBM4 매출이 본격화하는 시점이 올해 4분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고 이어 삼성전자가 33%, 마이크론은 18%를 차지했다. 지난해 2분기 SK하이닉스는 시장 점유율이 64%에 달했으나 점유율을 삼성전자에 조금씩 내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이 올해 4분기 이후 4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2분기 HBM 점유율 33%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4분기 40%에 근접할 것"이라며 "내년 HBM4를 중심으로 한 HBM 연간 생산 물량 역시 100% 전량 공급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4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생산 일정과 HBM4 공급 확대 속도가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ADVERTISEMENT
정우성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HBM4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양산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사의 경쟁에 대해서는 "HBM 시장 자체의 성장 둔화를 의미하기보다 공급자 간 경쟁 구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경쟁은 단순한 출하량 싸움이 아니라 HBM4의 수율 안정화, 적층 공정의 양산성, 베이스 다이 성능, 고객사 퀄리피케이션과 공급 물량 확보 능력이 실적으로 검증되는 과정"이라며 "삼성전자가 HBM 매출에서 SK하이닉스를 추월한다면 HBM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이어 "투자 관점에서도 삼성전자의 수율 개선과 제품 믹스 전환이 수익성 및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메모리 사업의 이익 추정치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를 동시에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여력이 SK하이닉스보다 좀 더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