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개막해 2027년 3월 8일까지 이어지는 <귀스타브 파예: 컬렉터-아티스트 디자이너(Gustave Fayet: Collector-Artist Designer)>는 현대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소개하는 루이 비통 재단의 ‘모던 아트의 아이콘(Icons of Modern Art)’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세계 64개 미술 기관과 71명의 개인 소장자가 힘을 보태 파예의 소장품 250여 점이 100년 만에 다시 모였고, 복원을 거친 그의 창작물 375점이 처음 공개됐다. 이 야심 찬 기획은 저명한 큐레이터 실비 패트리(Sylvie Patry)와 재단 큐레이터 앙젤린 셰르프(Angeline Scherf)가, 공간 디자인은 연출가 로버트 카슨(Robert Carsen)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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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을 먼저 알아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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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먼저 파예의 선구적 혜안에 집중한다. 그는 일찍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소장한 수집가이자 폴 고갱의 후원자였다. 파리 자택에 고갱의 작품 200여 점을 위한 전용 공간을 조성하고 예술가와 컬렉터를 불러 모았다. 파예의 이러한 수집의 궤적은 전시에서 반 고흐와 고갱의 극적 대면으로 되살아난다. 특히 1937년 이후 프랑스 땅을 밟지 못했던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이 고갱의 ‘팔레트를 든 자화상(Self-Portrait with a Palette)’과 나란히 걸려 두 화가의 팽팽한 대립을 드러낸다.
흩어져 있던 고갱의 3대 걸작 ‘황색의 그리스도(The Yellow Christ)’,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Self-Portrait with the Yellow Christ)’, ‘브르타뉴의 골고다(Le Calvaire Breton)’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고갱에 매료된 남프랑스 수집가들의 중심에서 일찌감치 그 가치를 대중에게 알린 파예의 행보는 훗날 고갱이 재평가받는 데 든든한 토대가 됐다.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이 시토회 퐁프루아드 수도원 도서관을 위해 제작한 장식 패널 ‘낮’, ‘밤’, ‘침묵’도 처음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수도원을 종합 예술의 장으로 재탄생시키려 했던 열정, 그리고 르동과의 교류는 훗날 그에게 풍요로운 자양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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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나든 손
두 번째 섹션은 순수미술과 장식미술의 경계를 경쾌하게 넘나든 예술가이자 디자이너, 파예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인 장 콕토는 그의 재주를 ‘만능 재주꾼’을 뜻하는 ‘투샤투이즘(Touchatouism)’이라 불렀다. 실제로 파예는 화가, 도예가, 북 일러스트레이터, 실내 디자이너, 직물·벽지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아르누보가 꽃핀 1890년대부터 아르데코로 넘어가는 세기 전환기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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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발점은 1896년이었다. 그는 로댕의 제자 루이 폴(Louis Paul)과 함께 스톤웨어 워크숍을 열며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12년엔 흡수지(블로팅 페이퍼) 위에 수채화로 그린 추상적 꽃 모티프를 바탕으로 자신을 대표하는 디자인을 정립했다. 이러한 패턴들은 파리의 아틀리에 드 라 도핀을 통해 러그와 벽지로 구현되었고, 자크 두세와 잔느 랑방 등 패션 디자이너들까지 매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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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메종 레옹 로소를 위해 제작한 뒤 이번에 복원한 아르누보 카펫과 드레스 10점, 도안들이 함께 전시됐다. 이 밖에도 도자기 55점, 디자인 20점, 판화 72점과 그의 마지막 앨범 꽃(Fleurs)을 포함한 일러스트레이션 도서 18권까지, 전시는 총 28개 섹션을 입체적으로 선보인다.
“그의 모든 행보는 곧 예술이었다.” 동료 앙드레 쉬아레스(Andre Suares)의 한 줄 평처럼, 파예는 수많은 직함을 갖고 있었지만, 그 다채로움의 바탕에는 예술적 삶을 일구고자 한 일관된 신념이 있었다.
경계를 허문 예술가를 향한 재단의 관심은 올봄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부터 8월 16일까지 열린 <칼더. 균형 위에서 꿈꾸다(Calder. Rever en Equilibre)>는 바람에 반응하는 모빌로 조각에 시간을 들인 알렉산더 칼더를 조명하며, 재단 역사상 처음으로 정원까지 전시장으로 열었다. 움직이는 조각과 꽃무늬 벽지. 서로 다른 언어로 보이지만, 두 전시는 예술이 정해진 틀 밖에서 더 자유롭게 숨 쉰다는 사실을 함께 말하고 있다.

파리=유승주 아르떼 객원기자